[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이'의 주연 김향기가 또 하나의 힐링작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보육원 보호종료 아동을 연기한 그는 과도하게 동정심을 자극하지 않고도, 현실적인 일상 연기로 모두의 마음 속으로 성큼 다가온다.
김향기는 오는 10일 개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났다. 아역 배우 시절부터 유난히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자주 얼굴을 비춘 그다. 이번에도 그는 사회적 약자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김현탁 감독 작품의 주인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이'에 출연한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2.09 jyyang@newspim.com |
"영화의 제목처럼 시나리오를 보고 '누가 아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이고, 어른이고를 나이적으로 국한시키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살아 숨쉬는 이야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어떤 감정으로 이들을 바라봐 달라고 하기보다, 그들도 나름의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같이 사랑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요. 감정적 공감보다는 영화가 짚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김향기는 보호종료 아동 아영을 연기하며 그저 어둡게만 그리려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아영은 속내를 드러내거나, 감정을 쉽게 표출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직접 연기한 입장에서, 김향기는 아영과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을 제외하고는 닮은 점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아영이가 말을 많이 하거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은 별로 없죠. 그걸 굳이 얘가 감정을 누르는 아이라 참는다기보다, 그 자체를 인물 특성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했어요. 현실적인 상황들을 제외한, 한 인간으로, 주체로서 저와 아영이가 닮았더라고요. 불우한 환경도 있지만 그건 한 부분에 불과하고요. 열심히 살아가고 자신의 삶을 바로잡고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으로서요. 현실적으로 필요한 안정적인 선택들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는, 그런 인물로 보였어요. 그런 부분은 비슷했고, 오히려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은 저보다는 더 서툴고 어색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이'에 출연한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2.09 jyyang@newspim.com |
스스로가 아영과 닮은 점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자연히 김향기는 아영을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를 연결 지었다. 수많은 작품에서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약해왔지만, 성인 역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아영도 보육원 출신의 대학생 정도이기는 하지만 다 큰, 생계를 도맡아야 하는 캐릭터를 김향기가 한다는 데서 신선함도 느껴졌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금방 잘 읽혔어요. 그 이유가 아영이의 행동과 선택들에 의문이 들지 않아서였죠. 그걸 깨닫고 나니 아영이와 제가 비슷하더라고요. 본인에게 솔직한 것,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드러나는데 그 사람 자체가 저와 닮아서 흥미로웠어요. 아영이를 연기하고 싶어졌죠. 제가 지금까지는 학생 역을 많이 했는데, 학생에겐 학교란 공간과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아이'에서는 성인이 되고 나서 더 넓어지는, 확장된 감정들 상황들을 느끼고 연기했어요. 그런 부분이 김향기의 새로운 연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에서는 보호종료 아동 아영과 더불어, 업소에서 돈을 벌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 영채(류현정)의 사연을 다룬다. 김향기는 류현경과 호흡하며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이'에 출연한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2.09 jyyang@newspim.com |
"마지막에 영채한테 '내가 도와주겠다'고 아영이가 표현하는 게 기억에 남아요.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장면이죠. 원래는 뒤에서 아영이가 안아주는 장면이었는데 못 안겠더라고요. 안고 싶은데 못안겠어요. 감독님께 말씀드리니까 원하는 대로 해보면 좋겠다고 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와는 조금 바뀌게 됐어요. 감독님은 굉장히 존중해주시고 트러블도 거의 없었죠. 저희 셋 의견이 거의 같았어요. 현경언니와도 다 정말 좋았고요. 좀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편인데 영채와 아영이 관계처럼 먼저 다가와주셔서 부담스럽지 않았죠. 공통 관심사를 찾으려 노력하는 과정들도 유쾌하고 재밌으셨어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언니여서 옆에서 기분이 늘 좋았죠."
아역 시절부터 출연해온 작품을 나열하다보면 특별히 '힐링물'에 특화된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김향기는 "마음이 치유되는 작품들에 더 끌린다기보다 기회가 오는 작품의 다양한 면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찾아오는 작품 중에 다른 요소가 끌려서 선택했더니 결국은 따뜻한 작품이었다는, 운명같은 이야기다.
"작품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해요. 그 캐릭터에 끌리거나, 메시지가 좋아서일 수도 있고, 전개해나가는 방식이 궁금해서일 수도 있죠. 그렇게 결정한 작품들이 어쩌다보니 좋은 메시지를 담은 감사한 작품들이었어요. 또 관객들이 그걸 알아봐주시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서 감사하고 기뻐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또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싶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배우란 직업이 어찌됐든 얼굴이 알려져있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보니 조심도 해야겠죠. 그래도 지금의 솔직한 저를 보여드리고 싶단 생각을 해요. 저도 제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웃음) 순간마다 충실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