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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6조 순익 보니...동학개미 효과는 절반·'IB·홀세일' 성장 컸다

기사입력 : 2021년02월17일 11:47

최종수정 : 2021년02월17일 14:10

코로나19 악재에도 IB 수익 쏠쏠
메리츠, NCR 높여 '자본 건전성'↑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대형 증권사의 수익 포트폴리오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주로 주식중개수수료 등에 의존했던 수익 구조가 기업금융 등으로 폭넓게 분산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두고 '동학개미운동'을 주요 배경으로 꼽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의 수익 모델 다변화'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5개 증권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투자은행, 기업금융, 자기자본직접투자 등의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지만 수익 비중은 점차 다양화 되는 모습이다. 브로커리지는 위탁매매, 신용융자 등에 대한 수수료를 말한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2021.02.17 imbong@newspim.com

먼저 증권사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운용수익'에서 적잖은 성장률을 보였다. 수익비중을 보면 운용수익이 39.1%(917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위탁매매 수수료 32.1%(7530억원) ▲기업금융 수수료 11.5%(2689억원)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9.2%(2150억원) ▲이자손익 8.1%(1897억원)로 나타났다. 운용수익 대부분은 증권사가 직접 투자하는 자기자본직접투자(PI)가 큰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영업이 장기화 됐음에도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3355억원의 바디프렌드 리파이낸싱을 비롯해 5개의 굵직한 IB 거래를 성사시켰다. IB 수익은 지난 2019년 3698억원에서 지난해 2681억원으로 줄었으나 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강자로 꼽히는 키움증권도 IB와 홀세일 등 부문에서 골고루 수익을 높이는 등 모델 다각화가 두드러졌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IB부문 영업수익은 1716억원으로 전년 1280억원보다 34.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인영업(홀세일)은 849억원으로 42.5% 늘었다. 홀세일은 쉽게 말해 증권사가 자산운용사 등에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주식 및 채권 주문을 받아와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 방식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개인 투자자 고객층이 탄탄한 상황에서 법인영업에도 무게를 두면서 수익 구조가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은 기존의 고른 수익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익 비중은 자산운용이 39%로 가장 높고 IB가 35%로 뒤를 이었다. 다른 증권사와는 달리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은 8% 수준이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순자본비율(NCR)'을 대폭 늘리면서 수익 모델 다양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의 NCR은 지난해 말 기준 1660%로 전년보다 833%p나 늘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외부에서 리스크가 발생해도 이를 견딜 수 있는 역량 등을 나타낸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NH투자증권은 IB실적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IB 수익은 3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0% 늘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람코에너지리츠 등의 IPO를 맡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줄기차게 '서학개미 모시기'에 힘썼던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부문에서 시장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의 해외주식 고객 수는 2019년 2만7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8만4000명으로 무려 583% 증가했다. 해외주식 신규 고객 수는 더 극적으로 올랐다. 2019년 1만명에 머물렀던 해외주식 신규 고객은 지난해 15만8000명을 기록했다. 증가율이 무려 1405%에 달한다.

그간 브로커리지에만 의존했던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가 이처럼 다변화 하면서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에만 전념하는 경향이 컸는데 지난해 IB와 홀세일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을 보고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증권사의 수익 구조가 다양해질수록 자본시장의 다양성도 커지고 곳곳에 자금이 돌고 활력을 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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