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사법부 윗선 가이드라인 전달한 혐의 등으로 기소
사법농단 사건 첫 유죄…이민걸·이규진 징역형 집행유예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첫 유죄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당시 사법부 윗선의 의중을 일선 재판부에게 전달한 '중간 전달자'인 이민걸 부장판사(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부장판사에 대해 징역 10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과 함께 기소된 방창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당시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원로법관(당시 서울고법원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민걸 부장판사(좌)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우)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들이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일선 법원 법관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위법 부당한 지시를 내리면서 헌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상임위원의 경우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전달하게 했고, 자신 스스로도 판사이면서 법관들에게 행정처 권고에 따라 판결을 결정하게 하거나, 아예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해 구체화된 재판권 행사를 두 번이나 방해하는 등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 시도한 것과 관련해서도 "직전 회장으로서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가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점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9년 3월 5일 일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와의 관계에서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 헌재 내부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서울남부지법이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 지급과 관련해 재직기간 산출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로 위헌심판제청을 하자 해당 재판부에 직권취소를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이 부장판사와 함께 통진당 해산 후 소속 의원들이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결 가이드라인을 서울행정법원과 광주지방법원에 전달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 시도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기조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민의당 소속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사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협조를 얻을 목적으로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에게 주심판사의 향후 재판진행계획, 사건 유무죄에 대한 심증을 확인해 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 부장판사는 전주지법 부장판사로 일할 당시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해 행정처 심의관에게 선고 결과와 이유에 관한 심증을 알려주고, 주심판사와 합의 없이 판결문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심 부장판사는 서울고등법원장 재직 당시 통진당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부 배당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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