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세븐, 지난해 적자 전환...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로 후퇴
경쟁사보다 손실폭 커...코로나 영향 있지만 '진짜 이유'는 로열티 부담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을 피하지 못하고 14년 만에 적자 전환하면서다.
올해 반전 실적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둔 편의점 업계 빅2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맹추격으로 업계 3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여수롯데첨단소재점[사진=코리아세븐] |
◆ 지난해 적자 전환...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로 후퇴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422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07억원의 영업이익이 증발했다.
금융서비스 부문 이익을 뺀 편의점 사업만 놓고 보면 영업적자 규모는 141억4100만원으로 더 늘어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코리아세븐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2021.04.02 nrd8120@newspim.com |
코리아세븐이 연간 적자를 낸 것은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편의점 업계 '빅2'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과는 딴판이다.
지난해 GS리테일의 영업이익은 2526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신장했고 BGF리테일은 1622억원으로 17.5% 감소하는데 그쳤다. 코리아세븐과 비교하면 양호한 실적이다.
외형 성장세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4조577억원)과 비슷한 4조683억원으로 집계됐다.
BGF리테일은 매출(6조1813억원)은 전년 대비 4% 늘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6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GS리테일은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8조8623억원을 기록했지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대에 정체돼 있던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률은 더욱 후퇴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2011년 3.36%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째 1%대의 저조한 이익률을 기록하다 지난해 이마저도 마이너스대로 주저앉았다. 해가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코리아세븐 영업이익률 추이 2021.04.02 nrd8120@newspim.com |
◆ 적자 전환은 코로나 탓?...경쟁사보다 유독 손실 폭 큰 '진짜 이유' 따로 있다
코리아세븐 측은 14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관광지와 공항 등 전통적 강점이던 관광 상권이 타격을 입었다"며 "게다가 유흥상권·대학가 등의 실적도 부진해 손실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단순히 코로나19 영향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유독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것은 높은 브랜드 사용료 탓도 크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사용하는 GS25와 CU와 달리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와 상표 및 운영기술 도입 관련 계약을 체결해 매년 순매출의 0.6%를 기술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지불한 사용료로만 272억8200만원에 달한다.
높은 로열티 지급은 CU가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하고 독자경영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매출이 성장하는 만큼 로열티도 같이 늘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경쟁'에서도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CU와 GS25의 점포 수는 1만5000개에 육박하면서 접전을 벌였다. 점포 수를 놓고 보면 CU는 지난 한해만 1046개를 순증해 1만4923개, GS25는 770개 늘려 1만4688개를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CU·GS25 점포 수. 2021.03.19 nrd8120@newspim.com |
반면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년간 순증한 점포 수는 485개에 불과하다. 전체 점포 규모는 1만501개다. 선두권과는 40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편의점 사업은 주로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만큼 '규모의 경제' 실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구조상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는 일정한 비율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 가맹점 수가 많을수록 본사 이익도 커지는 구조다.
이러한 점포 규모 경쟁에서 밀린 세븐일레븐이 앞으로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 현재 편의점 업계의 근접출점 제한으로 신규 점포를 내는 것도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그나마 출점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재계약을 앞둔 가맹점이다. 올해 재계약을 앞둔 4000여개점을 상대로 유치전을 벌이는 것이 둔화된 성장세를 끌어올릴 대안으로 인식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문제였다.
실제 현금 흐름 창출은 줄었지만 최근 운전자금 증가와 함께 가맹점 늘리는데 필요한 투자금 확대로 자금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말 단기차임금은 전년보다 9배나 급증한 1조2795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이 늘면서 덩달아 부채비율도 2019년 309%에서 작년 316%로 나빠졌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무서운 성장세도 코리아세븐에게는 부담이다. 이마트24는 지난해 3분기점포 수가 5000개를 돌파하면서 분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연간 매출액도 전년 대비 20.1% 신장한 1조626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벽'도 허물었다. 현재 6000개점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점포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GS25와 CU도 '업계 1위'를 놓고 출점 경쟁을 벌이며 공격적 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커 세븐일레븐의 '넘버 3' 입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올해도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최근 코리아세븐은 수년간의 매출 성장에도 회사의 이익규모는 정체되거나 감소했다"며 "편의점 경쟁심화에 따른 가맹점 지원부담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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