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홍원식 회장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임'…"세습 없다" 선언
업계는 남양유업의 고질적인 '가족경영'이 발목잡은거라 진단
남양유업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난국 속 '새 대표' 선임 관심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책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가족에게 경영권도 승계하지 않는다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만큼 향후 경영체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남양유업을 둘러싼 오너일가의 '가족경영'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경영쇄신 방안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홍원식 회장은 4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홍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밝힌지 22일만이다.
[서울=뉴스핌] 홍형곤 기자 = 2021.05.04 honghg0920@newspim.com |
◆불가리스 문제…고질적 '가족경영' 리스크가 발목잡은 사례?
이날 홍 회장의 사퇴 발표로 현재 남양유업의 회장과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이 됐다. 앞서 지난 3일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 역시 '불가리스 사태'로 논란이 불거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는 불가리스 사태가 가족경영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홍 회장이 회사 지분을 포함해 이사회까지 장악하고 있어, 홍 회장의 의사결정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의 이사회 구성을 통해서도 '브레이크 없는 가족경영'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남양유업의 이사회는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무려 4명이 사내이사다.
넷 중에서도 세 명이 홍 회장의 가족이다. 셋은 홍 회장 본인과 그의 모친인 지송죽 여사, 아들 홍진석 상무다. 나머지 한 명 역시 홍 회장이 임명한 대표이사다.
이렇듯 홍 회장은 이미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남양유업은 다른 상장사에서 운영 중인 이사회 산하 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오너가에서 기획하는 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브레이크 장치가 전혀 없던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가리스 사태는 윗선의 지시나 허락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라며 "남양유업의 상명하복식 시스템이 결국에는 자충수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직원,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2021.05.04 mironj19@newspim.com |
◆ 남양유업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향후 누가 회사 이끌지 관심사
홍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남양유업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 수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대표이사가 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남양유업은 차기 경영진을 선출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 및 조직 재구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써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 됐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차기 대표이사 선출 등 경영진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그의 영향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홍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서다.
현재 홍 회장은 남양유업의 지분 51.68%를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부인인 이운경씨가 0.89%, 동생인 홍명식씨가 0.45% 등 홍 회장 일가가 53.08%를 보유했다. 홍 회장이 사퇴했음에도 남양유업의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다.
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두 아들에게도 기업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후임 대표 및 총수일가 지분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jellyfi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