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중시하는 구광모 회장, 오랜 적자 '전장사업'에 공격적 투자
ZKW 인수·엘지 마그나 출범...인포테인먼트, VS본부·알루토에서
VS본부,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 예상...'고진감래' 눈앞
[편집자] 오는 29일은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구 회장은 지난 3년간 내적으로 재무전문가를 중용해 내실을 다지면서 외적으로 통큰 투자로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소극적인 모습의 LG그룹과는 분명 대비되는 행보라는 평가. 구 회장의 결정적인 '네 가지 결단'을 중심으로 지난 3년의 행보를 돌아봤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실용'이다.
'선택과 집중' 기조 아래 적자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LG퓨어셀시스템즈 청산, LG히타치워터 솔루션 매각은 물론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청산 결정이 이를 증명한다. 반면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AI와 로봇산업은 그룹 차원에서 대폭 투자를 늘리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LG전자가 글로벌 유력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을 제치고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 회사인 다임러로부터 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 [사진=LG전자] 2020.02.26 iamkym@newspim.com |
그런 그가 오랜 적자사업임에도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전장사업'이다.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본부는 지난 2013년 설립된 이후 201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적자를 거듭해왔다. 그럼에도 구 회장은 전장사업에서 LG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 '1조4000억원'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
2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29일 취임한 구 회장은 약 한 달 만인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LG그룹 내 역대 최대 인수합병 규모다. ZKW는 아우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조명을 공급하는 글로벌 5위권 회사다.
ZKW 본사 전경.(사진=LG전자) |
인수 초기 일각에서는 구 회장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ZKW 인수합병 이후 LG전자 전장사업의 영업 손실이 오히려 커졌기 때문이다.
LG전자 VS본부는 ZKW 실적이 반영된 지난 2019년 매출 5조4654억원, 영업손실 1949억원을 거둬 2018년 매출 4조2876억원, 영업손실 1198억원에 비해 적자가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매출 5조8015억원, 영업손실 367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더 커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의 우려는 점차 기대로 변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말 LG전자 VS본부 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하며 역량을 집중, 수익성 개선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올해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LG전자 전장사업 수주의 약 20%를 담당하는 ZKW는 이미 올해 역대 최대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향후 3년간 주문량도 조기에 확보, 총 12조원가량을 수주한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ZKW의 성장에 따라 LG전자 VS본부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된다. VS본부의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이 전망되는 가운데 ZKW의 실적 개선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구 회장의 선택이 옳았음이 결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 세계 3위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엘지 마그나 출범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전장사업 확대를 위한 중요한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엘지 마그나는 다음 달 1일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 모빌리티 기술 회사인 마그나는 1957년에 설립됐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 가운데 하나이며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회사다.
구 회장은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력·제조경쟁력을 갖춘 LG전자와 풍부한 사업경험과 기술,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한 마그나가 만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마그나와 협력으로 북미 위주의 사업 영역에서 벗어나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전체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LG전자, Magna 합작법인 [사진=LG전자] 2020.12.23 iamkym@newspim.com |
LG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엘지 마그나 역시 연평균 5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4년부터는 엘지 마그나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마그나와 시너지 매출로 발생할 것으로 관측한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엘지 마그나와 애플의 만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마그나가 과거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도 애플을 향해 구애를 펼치고 있는 만큼 양사가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애플과 협력이 실현될 경우 엘지 마그나의 시장 연착륙은 물론, 구 회장이 그리는 '전장기업'으로서 LG의 이미지 역시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각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 LG전자 VS본부, 인포테인먼트 집중...알루토 출범
구 회장은 헤드램프와 파워트레인 등 하드웨어 부분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존 VS본부는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부분에 집중하도록 했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그 안에 탑재될 인포테인먼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기 위한 선택이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사진=LG전자 글루벌 뉴스룸] 2021.03.12 iamkym@newspim.com |
인포테인먼트 사업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3월 LG전자는 스위스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Luxoft)와 함께 합작법인 알루토(Alluto)를 설립했다. 알루토는 LG전자가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인 '웹OS 오토'를 기반으로 인포테인먼트 디지털 콕핏(멀티 디스플레이), 승차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PSE) 등을 상품화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전자 계열사를 갖춘 LG그룹은 전장사업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경쟁력을 갖추기 유리하다"며 "이를 내다본 구 회장의 결단력과 베팅이 전장사업 흑자전환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