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배터리, 2030년 연간 8만개...10년 내 20배 성장
폐배터리 활용, ESS로 '재활용'·핵심 광물 추출로 '재사용'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배터리 초격차 기술력·생산능력 확대, 생산 과정의 핵심 소재 내재화에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까지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 LG엔솔·삼성SDI·SK이노, 핵심광물 추출 기술 개발·ESS 활용 시범 사업 추진 '활발'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라인. [사진=LG화학] |
에너지경제연구에 따르면 국내 폐배터리 배출량은 지난해 4700여개에서 오는 2025년 1만3000개, 2030년 8만개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고가인데 폐배터리의 잔존 용량은 70~80%"이라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경제적 가치와 미래 성장성 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폐배터리는 배터리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불량품과 사용후 배터리로 구분된다. 폐배터리 활용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전거 등 소형 배터리로 '재사용'하는 방법과 파쇄·분쇄 및 추출공정을 통해 코발트, 니켈 등 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 방법이 있다. 배터리 3사는 이들 방법을 총괄해 재활용 사업을 모색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철중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은 "니켈, 코발트, 망간 회수 기술은 이미 상용화 됐고 자사는 순도가 높은 수산화리튬을 회수할 수 있는 차별적 기술을 보유중"이라며 "차별적 기술 경쟁력과 배터리 사업을 바탕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 메탈 리사이클 생산설비 기반의 사업을 해 2025년 6만톤 정도 생산능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했다. 1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ESS는 10만km 이상을 달린 전기 택시에서 뗀 배터리로 만든 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사용한다.
삼성SDI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 투자하고 전기버스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 사업 등을 진행중이다.
◆ 폐배터리 사업 초기 단계...'무한한 가능성'에 꽂히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동안은 폐배터리 활용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기업들의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업계의 고충을 반영해 지난달 발표한 'K-배터리 발전 전략'에 담긴 전국 4개 권역 거점수거센터 구축과 폐배터리 성능·안전성 평가를 위한 '사용후 이차전지 산업화 센터' 확대 등의 지원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사용후 이차전지 활용 어플리케이션 예시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1.07.08 fedor01@newspim.com |
폐배터리 재활용 뿐만 아니라 배터리 대여·교환, 수리·충전 등 배터리 생애주기에 맞춘 사업 등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50년 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보다 앞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관련 법령 정비, 지원을 추진한 중국의 경우 배터리 업체 CATL과 전기차 업체 니오(NIO)가 전기차 배터리 대여·교환 서비스 합작사 'BAC'를 지난해 설립했다. 고객이 배터리 없이 차량을 구매하고 매달 일정한 배터리 리스요금을 지불해 차량 폐차시까지 최신형 배터리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CATL은 배터리의 전주기를 관리하고 폐배터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서비스형 배터리(BaaS, Battery as a Service) 사업'과 유사한 사례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수백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국내외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