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라디오‧유튜브‧작가…전천후 '경제 인싸'
'부의 대이동' 베스트셀러, 6월에 세 번째 책 출간
"대중의 언어로 경제 소통하고 싶어"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신한은행의 유튜브 반응이 뜨겁다. '경린이(경제초보자) 탈출 프로젝트, 또! 오건영'이라는 고정 코너 때문이다. 경린이들의 선생님을 자처한 오건영 신한은행 IPS(투자상품서비스)기획부 부부장이 나와 채권, 금리, 인플레이션 등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상식들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오 부부장이 몸담고 있는 IPS기획부는 은행에서 만들어진 투자 상품과 전략을 가지고 현장 직원에게 전파‧교육하고, 고객들을 찾아 컨설팅 및 강연하는 일을 한다. 봄비가 내리던 이날도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방송‧라디오‧유튜브 등을 챙겨보는 이들이라면 이미 오건영 부부장은 익숙한 얼굴이다. 미국 공인회계사, 국제공인재무설계사, 베스트셀러 작가 등 다양한 자격을 바탕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올해로 입행 18년 차 정통 '신한맨'이다.
◆ 직접 아이디어 낸 유튜브 '또 오건영'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장. 2021.05.04 mironj19@newspim.com |
오 부부장이 나온 유튜브 댓글에는 '갓(God)건영', '이분은 거시경제 1타 강사', '오 부부장님 같은 분이 우리 교수님이었으면 좋겠다' 등 좋은 반응이 많다.
'또 오건영' 콘텐츠의 주제들은 주로 매크로(거시) 경제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하락할까?', '우리나라 주식투자 하는데 미국 금리가 중요할까?' 등 경제에 막 입문한 이들을 대상으로 쉽게 설명하는 게 특징이다. 이 아이디어는 실제 오 부부장의 은행 경험을 바탕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에게 당연한 논리가 초보자들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2010년 그리스 사태 때 고객들한테 상담을 했는데, 손님이 '내가 왜 그리스까지 알아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미 대부분의 경제 유튜브들은 일정 레벨 이상의 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강의가 많은 것을 파악하고 이와 반대로 타깃을 잡은 것이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건 변하지 않는 팩트다. 이런 콘텐츠들이 차곡차곡 교과서처럼 쌓여서 계속 앞으로도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들어오는 분들에게 수학의 정석 필수예제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해서 기획했다."
◆ 두 번째 책 '부의 대이동' 베스트셀러 반열에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장. 2021.05.04 mironj19@newspim.com |
은행원이지만 외부활동을 많이 하게 된 계기는 책을 쓰면서다. 2019년에 첫 번째 책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를 쓴 후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해 달러와 금에 초점을 맞춘 두 번째 책 '부의 대이동'이 출간되고는 더욱 많은 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책은 '2020 올해의 책'에 뽑히는 등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상황과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과분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저도 대중의 언어로 얘기하다 보니 사람들이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아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오 부부장은 책 쓰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은행 사내 블로그에서 시장에 대한 내용을 올린 게 책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글을 써서 올리면 피드백이 와서 재밌다. 기다리는 분도 있고 해서 매일 하려고 했다"며 "책을 읽거나 기사를 읽으면 휘발이 돼 버리는데, 그걸 읽고 저의 글로 만들면 조금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걸로 강의나 컨설팅을 하면 더 오래 남는다."
그는 미국으로 MBA (경영학 석사) 공부를 하러 가면서 사내 인트라넷을 쓰지 못하게 되자 네이버 카페와 페이스북을 열어 글쓰기를 이어갔다. 올해로 9년째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은행 직원들 보시라고 열었는데 외부 사람들이 한두 분씩 들어왔다. 현재는 페이스북 4만명, 네이버카페에 3만3000명 정도의 회원이 있다."
매일 글을 올릴 수 있는 비결로 '자신과의 약속'과 '다른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강박관념'을 꼽았다. 그는 "퇴근해서도 시장을 관찰하려 하고, 저만의 해석방법을 가져오려고 노력한다. 틈 날 때마다 시장을 보고 글로 연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하는 듯한 구어체를 선호한다. "문어체로 쓰면 딱딱하게 느껴져서 잘 안 읽힌다. 그래서 구어체로 많이 쓰려고 하고 독자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 금융위기‧코로나19 팬데믹…위기는 곧 '기회'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장. 2021.05.04 mironj19@newspim.com |
일하면서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경험을 묻자 오 부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부채위기' 때를 꼽았다. 그 당시 시장이 쏠림이 나타나면서 흔들렸던 것이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회상했다. "당시는 정말 패닉이었다. 직원들하고 상담도 하고 강의도 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 때는 저도 불안하다. 하지만 그런 저한테 의지하려는 분들이 있어 지금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공부했다."
오 부부장은 앞선 경제 위기들을 겪다 보니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오히려 덤덤했다고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블로그 회원도 더 많이 늘었다. "시장을 맞추는 사람을 찾았다기보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만한 정보를 주는 사람을 찾았을 텐데, 전 금융위기 때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때 겪은 얘기를 담담하게 적으면서 소통했던 게 도움이 된 듯싶다. 지나고 나서 보니 힘들었던 때가 저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들었고 도움도 줄 수 있어 보람 있었다."
◆ "대중의 '경제 IQ' 높이는 데 밑거름 될 것"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장. 2021.05.04 mironj19@newspim.com |
6월에 오 부부장의 세 번째 책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매크로 경제와 엮어서 풀어냈다. 그는 지금처럼 은행원으로서 회사 내외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업무적인 목표에 대해선 "은행이 저한테 많은 걸 베풀어줬기 때문에 받은 만큼 은행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미래에 신한은행의 투자‧설계 쪽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밝혔다. "제가 공부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서 많은 소통을 하고 싶다. 대중들의 경제IQ, 경제지식을 높이는 데 작게나마 밑거름이 되고 싶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