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임원들에게 사표 강요한 혐의
일부 무죄 인정되면서 형량 징역 2년6월에서 2년으로 줄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다만 일부 혐의가 추가로 무죄 인정되면서 형은 1심보다 낮은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용하 정총령 조은래 고법판사)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 전 장관이 항소심 단계에서 신청한 보석도 허가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은경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퇴를 강요해 이 중 13명이 사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1.02.09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일괄적으로 제출받고 후임을 선발하면서 내정자를 지원하게 한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임원들의 경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연임된 사정 등을 종합할 때 사표 제출 경위 전부를 김 전 장관의 지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40명의 공공기관 임원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정상적으로 심사됐을 경우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지 않았을 사람들이 임원에 임용될 수 있었다"며 "당시 공모에 지원한 130여명은 내정자가 있고 그들에게만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절차에 임해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임자 임명 전후과정에서 내정자가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 처리를 지시하고 표적감사를 지시하기도 했다"며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피고인의 승인 없이 이같은 일을 할 수 없었음이 분명한데도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내정자를 정한 적도 없고, 사표징구나 내정자 지원은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일체 관련성을 부인하거나 지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인적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어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신 전 행정관에 대해서도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 계획을 지속적으로 보고 받았음에도 재판과정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공공기관 임용 채용 관련 불신을 야기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정자를 특정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행위는 청와대 행정관인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을 유리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임용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종용하고, 이를 거부한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를 표적 감사한 혐의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또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가 탈락하자 선발을 백지화하는 등 임원추진위원회 회의에 부당개입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고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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