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TF 첫 회의...8개 건설사 및 해건협 모여
건설펀드 활용한 자금지원 방안 유력...중동 등 타지역 진출 장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로 위기에 빠진 러시아 지역 진출 건설업계를 위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다.
국토부와 건설업계는 합동으로 현 상황을 점검하고 러시아 내 국내 사업장의 보호와 근로자 안전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러시아 진출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해외 건설펀드를 활용한 타 지역 수주 자금 지원 등의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토부는 해외건설협회와 주요 건설사와 함께 민관합동 긴급상황반(TF)을 소집해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날 열리는 첫 회의에서는 주로 러시아에 진출한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우선 내국인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TF 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러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지역 건설 수주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사진=뉴스핌 DB] |
◆ 국토부, 러시아·우크라이나 진출기업 애로사항 듣는다...TF 구성
지난 2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진출 기업들의 현장 애로사항 점검을 위해 구성된 민관합동 긴급상황반은 이날 온라인으로 첫 회의를 연다. TF 팀장인 상황반장은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이 맡으며 총 8개 건설사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기업에서는 본부장급 임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8개 건설사는 모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기업들이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다른 독립국가연합(CIS)에 진출한 건설사는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첫 회의는 수주전략 및 지원대책을 논의하기 보다 분쟁지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애로사항과 지원 요구 사항을 들을 예정"이라며 "일단 범 CIS 지역 진출기업까지는 부르지 않고 당장 현안이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진출기업들을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우선 내국인 안전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안전문제는 어느 정도 안심할 상황이란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일하던 내국인 건설 근로자 4명 전원은 인근 국가로 대피했다. 어제(22일)까지 1명이 남아있었지만 마지막 내국인 근로자도 22일 오전 우크라이나를 떠나 지금 우크라이나 지역에 남아 있는 내국인은 없는 상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시공업체는 없이 도화엔지니어링, 동명기술공단, 동성엔지니어링 세 곳의 엔지니어링 업체가 설계 및 감리 용역을 수행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DL이앤시를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현재 설계 용역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 있는 국내기업 사업 현장은 분쟁지역과 떨어져 있어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인 상태다.
국토부는 TF 회의를 주기적으로 연다는 계획이다. 오늘 회의에서 국토부와 업계는 정기 회의 일자를 정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수렴한 뒤 장기적으로는 유라시아 건설 수주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황이 시급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1~2주 정도 자주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회의를 지속하면서 유라시아지역 수주 지원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진출기업 지원을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단 사업이 무산되거나 공사비를 지급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 해외펀드를 활용한 중동지역 진출 지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서방의 경제제재가 가동되면 러시아 진출 기업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의 손해에 대해 지원 방안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업계 "유라시아 시장 상실 우려...외교적 지원 필요" 서방 경제제재시 불가능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자료=해외건설협회] 2022.02.23 donglee@newspim.com |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TF 구성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해외 건설수주의 지역 다각화에서 유라시아 일대는 빼 놓을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독립국가연합에서 해외수주 비중은 지금 당장은 크지 않다. 러시아는 지난해 수주가 급증하며 국가별 수주 6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수주에 성공하면서 17억8450만달러(한화 약 2조1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금 러시아에서 시공이 진행 중인 사업은 18건 103억6100만달러 규모다.
러시아 역시 단발성 수주로 인해 순위 변동이 발생하는 지역이며 이른바 MENA로 꼽히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처럼 지속적인 수주가 발생하는 곳은 아니다. 당장의 수주실적만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로 인한 국내 해외수주 위축은 크지 않다.
하지만 시장 다각화 측면이나 잠재적인 시장성에서 볼 때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특히 CIS 가운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SK에코플랜트가 카자흐스탄에서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힌 비 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러시아나 CIS 국가에서의 해외 수주는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잠재력이나 시장 다각화 측면에서 잃기 아까운 지역"이라며 "전세계 건설 발주의 2%에 해당하는 MENA에만 몰려 있을게 아니라 산유국도 포진한 CIS에 대한 수주지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CIS 가운데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주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당장은 수주 실적이 미미하지만 한번 물꼬를 트게 되면 수주 러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손 연구위원은 "해외수주는 처음이 어렵지만 한번 수주 실적이 발생하면 지속적인 수주 기회가 생긴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동에만 몰리는 이유가 수주실적이 있기 때문인데 카자흐스탄 등에 대한 진출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방세계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현실화 되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이뤄지면 우리 기업이 러시아 및 러시아 영향이 매우 강한 CIS에서의 수주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해외진출기업에 대해 정부의 자금지원과 외교지원이 뒤따르고 있지만 서방세계의 집단적 경제제재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0년대 초반 이란에 대한 서방의 강도높은 경제제재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이란 사업장은 대부분 손실만 남긴 채 철수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고 서방의 경제제재도 이란 수준의 고강도는 아닐 것으로 보는 만큼 단기 위축은 있을 지라도 장기적으로 수주가 중단될 만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이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