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이지은이 칸에 이어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상업영화 데뷔작을 선보인다.
이지은은 '브로커' 개봉 전날인 7일 종로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통해 생애 첫 칸 입성 소감과 고레에다 감독,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과 작업한 소감을 얘기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됐다면서도 영화의 좋은 성과와 호평 덕인지 표정은 밝았고 눈은 빛났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이지은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2022.06.08 jyyang@newspim.com |
"오늘 아침에서야 이제 개봉이네 싶었어요. 칸 갔다와서는 일정이 계속 빡빡하게 있었거든요. 영화를 칸에서 처음 봤는데 자리도 의상도 너무 낯설고 떨렸어요. 나 첫 장면에 나 나오는데 여기 뒤에 나오는데, 이런 생각하면서 봤어요. 하하. 첫 감상은 제 예상보다는 사실 재밌는 영화였어요. 부모님이 궁금해하시는데 자신있게 재밌다고는 못하고 '재미의 기준이 뭔지에 따라 달라' '감독님 스타일이 담백하고 담담한 편이라 재밌을지 모르겠어' 했었는데 칸에서 보고 재밌게 볼 수 있겠다고 비로소 얘기했죠."
칸에서 '브로커'는 경쟁부문 초청작 중에서도 유난히 전 세계 영화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상영작 중 12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현지 반응은 거의 최고였던 작품이기도 했다. 급기야 이지은의 여우주연상을 점치는 외신 반응도 있었다.
"현지에서 관계자 분들이 좋은 얘기가 많다고 하셔서 으레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어요. 한국에 와서야 파파고 돌려서 번역해보니 진짜 제 얘기가 있더라고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죠. 사실 프랑스에 팬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회사에서도 몰랐고 공항에서부터 환대를 해주시고 영화제에서는 또 더 큰 환호로 맞아주셔서 진짜 현실같지 않게 느껴졌어요. 서프라이즈의 한 장면 같았죠. 유럽에서 제가 공연을 한적도 없고, 퍼포먼스를 화려하게 하는 가수도 아니잖아요. 제 음악은 언어 쪽에 기대서 많이 표현하는 편이기도 해서 언어의 장벽이 있는데 제 음악을 들으셨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이지은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2022.06.08 jyyang@newspim.com |
이지은에게 연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레에다 감독을 만나고 최고의 배우들과 만나는 건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그는 "송강호 선배와 과연 내가 대면하고, 기절하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첫 고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땐 그 걱정부터 했어요.(웃음) 감독님께서는 편안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사실 제가 많이 귀찮게 했거든요. 대본에 나와있지 않은 소영의 구체적인 전사라든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꼬치꼬치 묻기도 했는데 애매한 지점 없이 답을 주셨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문이 생기지 않는 답변을 해주셔서 굉장히 의지했어요. 이번 영화가 감독님의 그간 작품들의 작법, 화법과는 조금 다르게도 느껴져요. 주제를 다루실 때 돌려 말하지는 않는 분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대사를 번역, 직역하는 과정에서 좀 더 직설적인 대사들이 나오지 않았나 해요. 첫 영화에서 직설적이고 바로 화두를 던지는 그런 방식이 신선했고 경험해봐서 좋았어요."
함께 출연했던 강동원은 물론이고, 이지은 역시 고레에다 감독이 신마다 배우들의 표현에 많이 열려있었음을 언급했다. 관람차 신에서 동수(강동원)이 소영(이지은)의 눈을 가리는 신이나, 소영이 냅다 봉고차 좌석을 뒤에서 걷어차는 장면의 '즉흥성'을 가지고 소소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이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이지은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2022.06.08 jyyang@newspim.com |
"관람차 신이 대본 볼 때도 기억에 남았고 눈물이 고였던 장면이에요. 현장에서도 긴장되고, 몰입해서 찍었고 영화를 보면서도 좋았죠. 해가 질 무렵이라고 명시돼있어서 빨리 찍어야 하는 바람에 동원 선배랑 딱 한번씩밖에 기회가 없었어요. 긴 대사를 하다 실수하면 내일 다시 와야 하는 거예요. 동수가 눈을 가려주는 건 원래 있었는데 타이밍이 달랐어요. 약속된 것보다 눈물이 빨리 떨어졌거든요. 기회가 많지 않은 신이었는데 강동원 선배의 기지로 절묘하게 딱 가리셨어요. 순간적으로 '진짜 이건 순발력이다' 하고 놀랐었죠. 그렇게 손 밑으로 눈물이 툭 떨어지는 장면이 나왔어요."
2008년 데뷔해 가수로 14년차, 연기자로도 수많은 작품을 거쳐오면서 이지은은 가수와 연기자로서 확실히 분리된, 완전히 다른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수로서 느낄 수 없는 소속감을 안겨주고, 생각지 못한 삶의 단면을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단 점에서 그가 계속 연기를 하고 도전하는 이유는 늘 같았다.
"연기를 통해 살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건드리는 느낌을 받아요. 사람은 어느 때부터는 관성적으로 살게 마련인데 부끄럽게도 많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사회문제, 미혼모, 엄마를 경험해볼 기회가 오는 거죠. 기존의 생각을 재정비하게 하고 인간을 굴리는 연기라는 작업이 좋아요. 또 하나는 소속감이 좋아요. 프로듀싱을 하게 된 때부터는 가수로서 피치못하게 외로운 순간이 와요. 힘들어도 티 못낼 때도 있고요. 연기할 땐 완벽한 팀 생활이 되죠. 각자의 역할이 있고 제 몫을 하면 되는 게, 안정감이 들어요.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갖고 같이 간다는 소속감이 참 좋아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