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결 참여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의견
"합리적 의심 없을 정도로 유죄 증명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대학교 교수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8일 같은 학과 대학원생 제자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고 재판부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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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에 비춰볼 때 공소사실 1항에 대해 피고인이 정수리를 만진 사실 및 이에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낀 것은 인정되나 이를 강제추행죄에서 정하는 추행으로까지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사실 2항과 3항은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피해자 진술의 구체적인 내용이 일관되지 않고 사건 직후 보낸 메시지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은 ▲2015년 2월 초순경 페루에서 고속버스로 이동하던 중 앞자리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점 ▲2017년 6월 스페인 학회 참여 후 카페에서 피해자의 치마를 들추고 허벅지 안쪽의 흉터를 만진 점 ▲같은 날 새벽 피해자의 팔을 잡아 억지로 피고인과 팔짱을 끼게 한 점으로 총 3항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만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팔짱을 끼라고 요구할 이유도 없다"며 "이는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6월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5년간의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해달라고 배심원단과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A씨 측은 "피해자의 정수리를 누른 것은 지압을 해준 것이고 피해자 허벅지에 화상입은 것을 걱정하는 마음에 붕대부분만 손가락으로 짚어본 것 뿐"이라며 "성적수치심을 주는 행위로서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팔짱을 낀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 것이고 피고인이 강제로 끼운 것은 아니다"며 재판과정 내내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A씨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증명하는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그럼에도 여기 선 가장 큰 이유는 억울함을 푸는 것이 최선의 방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최후 진술을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2월 피해자가 A교수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작성하면서 공론화됐다. 피해자는 같은 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검찰은 지난 2020년 1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대학교 교원징계위원회는 A교수를 해임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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