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고발 하루 만에 사건 배당
'특별수사팀' 거론...'정치 보복' 경계 관측도
검찰, 수사 인력 확대 가능성 밝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검찰이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이 고발된 사건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 개발 의혹에 이어 국가 보안과 직결된 사안까지 뻗치면서 전방위적인 사정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고발건을 각각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국정원이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한 지 하루 만이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故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첩보 보고서 등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해양경찰청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수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수사 범위는 점차 확대됐다. 이씨 유족은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서훈 전 국정원장과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해경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국방부까지 수사 선상에 올랐다.
박 전 원장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핵심 권력층을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합동 조사를 서둘러 끝내도록 종용한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북한 선원 2명은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추방당했다. 사건 조사가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돼 북한이 선원 송환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북송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건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직결돼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파급력 또한 클 수밖에 없어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경우 청와대가 해경의 수사 결과에 개입했다는 진위를 파악하려면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정원 조사 자료를 확보하려면 압수수색도 불가피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2021.11.25 kilroy023@newspim.com |
검찰은 필요할 경우 수사 인력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특별수사팀 구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이 당장 특별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정원에서 고발한 혐의 자체는 간단하다"며 "박 전 원장의 직권 남용 여부 등이 핵심으로 사실 관계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검찰이 처음부터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리면 정치 보복으로 비칠 가능성이 커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경우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기초 수사가 탄탄히 이뤄져야 해 수사에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재개를 시작으로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지 3년 만에 산하기관을 압수 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구속을 면했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영장 재청구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여성가족부에 대선 공약 자료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여가부 공무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대선 당시 법무부에도 공약 자료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범위는 타 정부 부처로까지 확대됐다.
검찰이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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