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르포] '공용화장실 옆 방' 에어컨 꿈도 못꿔…폭염에 신음 중인 쪽방촌

기사입력 : 2022년07월15일 15:57

최종수정 : 2022년07월15일 15:57

연일 30도 넘는 폭염으로 건강 위협
고물가로 식료품 가격 올라 끼니 부담
코로나 재확산세에 거리두기 격상 걱정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최근에 오세훈 서울시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다 다녀갔는데 이런 방에 에어컨을 어떻게 놓나. 그런 사람들 왔다가도 별로 바뀌는 건 없다, 벽도 얇고 방도 좁아 에어컨은 꿈도 못 꾼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처마 밑이나 계단 참 등 그늘 곳곳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일명 '여관 골목'이라고 불리는 후암동의 메인 길목의 풍경이다. 이곳 주민들의 많은 수는 좁은 여관방에 세를 두고 살고 있다.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은 31도까지 치솟았다. 106호에 살고 있는 A씨는 "에어컨 사는건 고사하고 선풍기 트는 것도 버거워 밖에 나와있다"며 "설치를 해준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방 안은 어렵고 복도에 설치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A씨가 가리킨 복도는 이미 사람 한명이 지나기도 좁아 에어컨을 두게 되면 통행하기 불편해 보였다. 앞집에 사는 B씨는 폭염에 등목을 하고 있었다. B씨네 집에도 에어컨은 없다. 그는 "그래도 오늘은 선선한 편"이라고 말했다.

건물 그늘 외에도 주민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새꿈어린이공원 무더위쉼터에는 천막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민들은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펼쳐 나눠 먹으며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더위에 못 이겨 그늘진 공원 바닥에 돗자리 없이 누워 있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최근에서야 볼 수 있게 된 풍경이다.

그러나 이날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는 3만8882명으로 1주 전(1만9323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재확산세가 뚜렷한 양상을 보이며, 주민들은 우려감을 표했다. 

주민 A씨는 "날씨가 더우니 집에 있을 수 없어 오후에는 이렇게 쉼터나 그늘진 곳에 나와 있는 편"이라며 "코로나 때는 이조차도 못해서 더욱 힘들었다. 코로나 재유행이라고 하는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중구 돈의동 쪽방촌. 2022.07.15 youngar@newspim.com

오후 2시께가 되자 쪽방촌사무소 앞에는 무더위에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줄을 길게 늘어섰다. 초복을 맞아 한우곰탕을 나눠준다는 소식에 땡볕 밑에 선 것이다.

접이식 손수레를 끌고 나온 B씨는 "이제 곰탕은 받았고 이따 4시에 나눠주는 생수도 받아야 한다"며 "기초생활수급자라 매달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는데 요즘엔 뭘 사려고 해도 물가가 너무 올라서 물건을 직접 사기가 겁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은 주민들 대다수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갔음에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집에서 나가는 이들이 적은 것이다. 이들은 방문을 활짝 열고 폭염에 맞서고 있었다.

쪽방촌 초입에 살고 있는 C씨(66)는 문턱에 걸터앉아 감자를 깎고 있었다. 동네에서 비교적 젊은 축인 C씨는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가져다주는 등 주민들을 챙겨왔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중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방문을 열고 문 밖에 앉아있다. 2022.07.15 youngar@newspim.com

C씨는 "최근 몸이 안좋으신 80대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데 날이 더워 걱정"이라며 "이곳 주민 대다수가 어르신들이라 올 여름엔 어떨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여럿 돌아가셨다"고 토로했다.

C씨의 방은 공용 화장실 바로 옆으로 방 벽도 가벽으로 돼 있다. 그는 "벽도 얇고 방도 좁아 에어컨은 꿈도 못 꾼다"며 "최근에 오세훈 서울시장, 정문헌 종로구청장 다 다녀갔는데 이런 방에 에어컨을 어떻게 놓나. 그런 사람들 왔다가도 별로 바뀌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어컨이 없는 방도 많지만 있더라도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다. 반대편 골목에 사는 D씨는 "우리 집엔 이미 에어컨이 놓여있다"며 "그렇지만 전기세 때문에 있어도 켜지는 않는다. 전기세를 절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youngar@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