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물 증가
"1기 신도시 정책,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돼"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이던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8·16 대책)'에 1기 신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빠지고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도 2024년으로 밀린데 따른 여파다. 부동산 대책 발표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거둬들였던 매물이 다시금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집값이 전체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든데다 재건축 기대감마저 사라져 당분간 1기 신도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1일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2022.08.21 yooksa@newspim.com |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물은 늘고 가격은 내리고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첫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기 신도시 주민들이 거둬들였던 매물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무너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집주인들은 대선 이후 거뒀던 매물을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 22일 기준 산본이 속한 경기도 군포시 매물은 2232건으로 지난 16일(2136건) 대비 4.4% 늘었다. 같은 기간 일산 서구와 동구는 각각 3.2%, 2.1% 증가했다. 평촌이 있는 안양시 동안구는 1.3%, 성남시 분당구는 0.4% 늘었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아파트값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지난 12일 기준 보합(0.00%)에서 19일 기준 0.02% 떨어져 일주일 새 하락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경기도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값 하락 폭이 0.04%로 가장 컸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신도시(-0.02%)와 군포시 산본신도시(-0.01%)도 하락했다. 분당의 경우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보합을 기록했다. 고양시 일산신도시와 부천시 중동신도시는 19일 기준 보합을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2024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해도 이번 정부 임기내에 첫삽을 뜨기는 힘들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2024년까지 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법을 통과시키는데 1~2년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2027년 이내에 시작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되면 또 다른 부침을 겪으면서 사업 진행 시기는 더욱 늦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초반 432개 단지, 29만2000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2026년이면 모든 단지가 입주 30년을 넘기게 된다. 용적률이 169%~226%로 비교적 높은 편이라 과거 재건축 외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논의되기도 했지만 내력벽 철거 이슈와 사업성 개선 요구로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했다.
◆"부동산 정책, 정치적 이용은 큰 문제"
계획 수립 시기가 2024년으로 발표되면서 또다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기가 다음 총선시기와 맞물려 선거 결과에 따라 공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100%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총선 표심 확보로 이용하는 것은)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해 무대포로 나온 정책"이라며 "디테일하게 검토하지 않고 나온 만큼 막상 닥쳐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완료되기까지는 10~15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며 "오히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조용한데 투자 목적으로 들어간 사람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면밀한 검토없이 급하게 정책을 내놓을 경우 난개발이 될 수 있어 시간을 두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손에 잡히는 정책이 아니라도 충분히 검토하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게 맞다고 본다"며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