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유아인이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을 통해 또 한번 과감하고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유아인은 5일 '서울대작전'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1988년을 배경으로 한 무한 질주 액션을 선보인 소감을 말했다. 어느 때보다도 작품을 수락하기까지 고민이 길었던 그는 결과적으로는 "워낙 제가 도전과 실험을 즐겨하다보니"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웃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사진=넷플릭스] 2022.09.05 jyyang@newspim.com |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제가 도전과 실험을 즐겨하는 편이잖아요. 워낙 한국에서는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이라 끌렸어요. 기술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배경으로도 다양한 새로운 것들이 있었죠. 그래서 함께하게 됐지만, 동시에 이 도전에 함께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어느 작품보다 길었어요."
'서울대작전'에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최강의 레이싱 실력을 갖춘 상계동 슈프림팀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된다. 최강의 드리프터 동욱(유아인)을 필두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비자금을 싣고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서울 한복판을 질주한다.
"1988년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정확하게보단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시대에 묻어나려 했어요. 작품을 통해 그 시대에 연기적으로, 배역으로나마 들어가게 되면서 결국은 어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자연스럽게 당연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죠. 정말 많은 분들의 땀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세상이잖아요. 그런 역사 위에, 그 역사가 만들어낸 현재 위에 내가 있다고 여겨졌죠. 또 어떻게 살아가는 게 다음 세대에게 욕먹지 않는 기성세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좀 더 깊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할까요."
유아인이 연기한 동욱은 국가 최고의 권력자 앞에서도 강렬한 무모함으로 보는 이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최고의 드리프트 실력을 자랑하는 레이싱 신과 카체이싱 신, 극중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도 동욱의 이같은 면이 풍부하게 드러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사진=넷플릭스] 2022.09.05 jyyang@newspim.com |
"엄청난 권력자 앞에서 무모함도 강렬했지만 그 무모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게 엔딩장면인 것 같아요. 자동차 밖으로 낙하산을 펼치며 만들어내는 행위, 질주본능,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지만 그래서 가질 수 있는 무모함이랄까요. 누군가는 객기나 용기라고 할 수도 있을 그 행위가 유난히 동욱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신이었어요."
'서울대작전'은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액션 오락 영화지만, 단순 오락물로만 느껴지진 않는다. 곳곳에 우리가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를 들추는 듯한, 또 극중에서라도 제대로 청산해내고자 하는 메시지도 읽힌다.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 부담이나 어려움이 없었을지 묻자, 유아인은 얼굴을 감싸쥐며 웃었다.
"제가 그런 어려움을 잘 느끼지 않는 것을 아시잖아요. 국내에서 정치적 발언을 가장 많이 하는 연예인이 아닐까 싶어요. 하하. 논란이라면 논란, 논의라면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퍼포머임을 여러분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들이 어려움보다는 우리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죠. 노골적이고 표면적으로 어떤 비판의식이나 상상을 심어주는 작품이 아니에요. 영화의 특성 안에서 그런 것들을 약간 가볍게 숨겨놓고 가져갈 수 있는 작품 같아서 부담보다 그 장점이 극대화됐으면 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정치적인 영화는 아닌데 다른 의도를 갖고 공격하는 분들도 계세요. 다른 분들은 그렇게 현혹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에 출연한 배우 유아인[사진=넷플릭스] 2022.09.05 jyyang@newspim.com |
유아인은 동욱이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면서, 감독이나 작가가 스스로를 믿고 맡겼던 점의 무게감을 얘기했다. 과거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그 시절은 특권이었다"면서 웃은 그는 이번에 함께 연기한 송민호를 보고 또 한 차례 반성하고 기분좋은 영감을 받았음을 털어놨다.
"사실 혼나면서 연기하고 싶었어요. 막상 예전엔 마음껏 알아서 하고 싶다고도 생각했죠. 이제와서는 계속 혼나고 지시받으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특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는 답이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답을 찾아나서주시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 특권이죠. 그 짐이 정말 무겁거든요. 사실 그동안 계속해서 좀 더 나은 틀 같은 것들을 만들려는 과정을 거쳐왔어요. 민호씨가 경험해보지 못한 연기와 마주하고 자신의 에너지로 뚫고 나가는 모습, 자유로움 같은 것들이 저의 틀을 자각하게 했어요. 틀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걸 어떻게 벗어나야 하고 보다 더 정확하게 적용시켜나가야 하는가 반성을 하게끔 한 영감을 준 창작자였죠."
유아인의 창작물과 태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다수의 주목과 찬사를 받지만 동시에 다수의 비판에도 늘 직면해왔다. 늘 냉혹한 비평의 당사자였던 그에게 그간 거쳐온 작품과 연기들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느냐를 물었다. 유아인은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전, 배우는 늘 비평의 주체"라는 말로 담담히 자신만의 연기관을 얘기했다.
"언제나 비평과 비판, 평가의 대상이 되지만 그 이전에 배우가 비평의 주체가 돼야만 모든 게 가능해요. 세상과 인물, 현재와 과거에 대한 시각, 어떤 태도와 비평, 과거의 무엇을 어떻게 현재의 해석으로 가져가는가가 연기 그 자체죠. 배우는 늘 비평의 주체로서 일을 시작해요. 그런 면에서 저도 비판적이고 비평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내놓은 결과물에 있어선 세상 어떤 말보다도 더 날카로운 말들로 내면에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태죠. 만족을 느낀 적은 별로 없어요.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작품도 결국은 어떤 현혹 안에서 나온 평가일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흠결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작업이고 작품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비판적 태도가 있다면 만족도 그만큼은 있지 않을까요. 때로는 제가 표현하는 시간을 온전히 좋은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날카로운 평가는 완전히 지워버리고 작품을 즐겨보겠다고 마음을 먹어보기도 하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