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확정금리 인상·한화생명 4% 저축보험
한화·푸본현대 '파격적' 상품에 업계 내부 주시 중
유동성 확보 수단…"부메랑 돼서 돌아올 수도"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생명보험업계가 대형사를 중심으로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저축보험 상품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고금리 기조에서 금융권의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오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축보험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출시했던 저축보험들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지급보험금이 크게 늘면서 연 4%대의 확정금리 상품을 새로 출시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
주요 생보사 [CI=각 사] |
19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보사들은 기존에 출시한 저축보험의 확정형 공시이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을 제외한 대형 생보사들은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우선 삼성생명은 지난 16일 저축보험의 확정금리를 3.55%로 조정했다. 지난달 초 3.5%이던 공시이율을 이달 초 3.25%로 내렸으나, 보름만에 0.3%p 올렸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13일 확정금리가 4%인 저축보험 '내맘쏙 저축보험 2209(무)'를 출시한 바 있다.
중소형 생보사 중에서는 푸본현대생명이 지난달 5000억원을 한도로 4%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MAX 저축보험 스페셜 무배당'을 출시한 바 있는데, 이는 3일만에 완판됐다. KB생명은 지난달 12일 출시한 확정금리 3.7% 일시납 상품이 하루만에 4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이 4%대의 저축보험을 출시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판매 동향을 주시하며 공시이율을 올리거나 새 상품을 내놓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저축보험은 목돈 마련을 위한 정기 예·적금과 유사하지만 납입기간 내에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으로, 96.6%가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채널인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약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높은 성장률과 수요를 자랑했으나 지난 2015년부터 판매 수수료 규제가 강화된데다 내년부터 신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도입됨에 따라 이에 대비하기 위해 판매 비중을 줄여왔다. IFRS17과 K-ICS는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금리를 산정하는 저축보험은 생보사들의 부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금리인상 기조에 생보사들은 다시 저축보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수신금리가 올라 4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대에 분포하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축보험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준이 오는 21일 FOMC를 개최해 울트라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축보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3%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자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FOMC에서 금리를 한 번에 1%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형성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 한국은행도 한미 금리역전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금융권의 수신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생보사들에게 저축보험 판매를 권장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저축보험료 확대를 통한 자산규모의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저축보험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생명이나 푸본현대생명과 같이 연 4%대의 저축보험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2017년 당시 세제 개편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으로 자금이 대거 몰렸던 저축보험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올해 보험사들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크게 늘어 생보사들은 저축보험의 금리 수준에 대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으로 저축보험의 확정금리 인상 새 상품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한화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의 사례와 같이 4% 대의 상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