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인력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분야 다른 업체와 45억원 '수의계약'
200억원 용역 낙찰 당시 30%인 공동도급 지분 95%로 상향 시도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북 전주시가 지난 연말 완산구 주택가의 종량제 쓰레기 봉투 수거 및 가로청소 대행업체를 선정하면서 분야가 다르고 자격미달인 업체와 6개월분 45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6월 시내 12구역 전체에 대한 쓰레기처리 업체를 모집하면서 유독 한군데만 공동도급으로 낙찰, 부족한 실적을 보완해 주기 위해 공동도급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200억원 가량을 공동도급으로 낙찰받은 이 업체는 낙찰되자마자 의무지분 5%만 남기고 대표사를 변경하겠다며 전주시에 지난 7월과 8월 지분변경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특혜를 제공하려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전주=뉴스핌] 홍재희 기자 = 21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시내버스 정류장 인근에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2022.10.22 obliviate@newspim.com |
22일 전주시에 따르면 성상별 생활폐기물 수거방식을 권역별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1~12 구역을 가~타 권역으로 명칭을 변경해 11개 대행업체를 선정했지만 권역화 유보로 여전히 종량제·가로청소, 음식물, 재활용, 대형폐기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성상별은 12개 권역 중 1권역인 서신동, 효자4·5동, 덕진동과 2권역인 풍남동, 중앙동, 노송동, 진북동, 금암1·2동, 인후2·3동이며 이외 3~12구역까지는 완산구와 덕진구로 나눠진다.
◆전 업체 계약해지 당일 수의계약…장비·인력 없이 쓰레기 수거?
전주시는 1구역인 덕진동, 서신동, 효자4·5동, 효천지구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였던 T사의 법적문제가 발생하자 느닺없이 지난해 12월31일자로 계약을 해지했다.
전주시는 "생활쓰레기 수거는 한시도 멈출 수 없다"며 T사와 계약을 해지하던 당일 날 생활쓰레기는 한번도 처리해보지 않은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인 A사와 2022년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45억3600만원에 긴급 수의계약을 체결해 줬다.
이미 전주시내에는 쓰레기 처리 장비를 갖춘 업체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도 장비도 제대로 없는 A사를 긴급히 선택했다.
A사는 계약 다음날부터 1구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시작해야 했지만 당시 보유한 수집·운반차량은 6대뿐이었고, 인력역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A사는 현재 19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전주시는 필요한 장비의 3분의 1도 없는 업체를 선택한 꼴이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대행업체는 대행사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를 사업개시 전까지 확보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1구역(가권역) 관련 구비차량은 2.2t급 압착진개 3대, 4t급 압착진개 7대, 2t급 진공노면 4대, 1t급 일반화물 3대 등 총 17대이며, 필요인력은 운전원 14명을 포함해 총 86명이다.
A업체관계자는 "2021년 수의계약 당시 인력(고용승계)은 없었지만 장비 6대는 보유하고 있었다"며 "계약이후 T사 인력 전부와 차량 2대, 신차 2대, 감가상각 신차 2대를 더 구입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계약 다음날부터 생활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비와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수의계약을 줬고, 장비와 인력이 갖춰질 때까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느냐"며 "전주시가 고집하던 1사1구역 방식이 허용됐다면 장비와 인력이 갖춰진 업체가 맡아서 대행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전주시 1사 여러 권역·공동도급 허용...특정업체에 빌미 제공
전주시는 지난해 말까지 2년간의 생활폐기물 대행용역이 만료됐지만 성상별 수거에서 권역별 수거로 제도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협상이 필요하다며 6개월 간 계약을 연장해 지난 6월30일 만료됐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가~타 권역 긴급 '2022년 전주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용역' 공고를 내 지난 7월1일부터 2024년 6월30일까지 12개 권역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11개 업체를 선정했다.
이때 기존 1사1구역 방식을 풀어 1개 업체가 여러 권역을 맡아서 수집․운반 대행용역이 가능토록하고 공동도급 역시 허용했다.
11개 업체 중 공동도급으로 계약된 업체는 A업체뿐이며, 공동도급 대표사로 선정된 B업체는 완산구 단독주택지역 음식물 쓰레기를 수집․운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주시는 효과적인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해 중복낙찰 시 1개 구역에 한해 낙찰자로 선정하고, 용역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공동계약은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6월8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용역 첫 번째 입찰당시 12개 권역 중 가권역과 아권역만 유찰됐다.
A업체는 가권역 입찰에 참여했지만 87.745% 낙찰하한선 미달됐고, C업체가 투찰률 88.654%로 1순위였지만 최근 5년이내 이행실적과 수행능력 평가, 재무상태 등의 적격심사 종합평점이 85점 이하로 유찰됐다. 아권역의 경우 1순위 서류미제출 등으로 유찰됐다.
이후 전주시는 6월17일 재공고를 냈고 이행실적 등이 부족했던 A업체는 입찰공고 등에서 요구한 자격을 잘 갖추고 출자비율의 비중이 큰 업체인 B업체를 대표사로 내세워 공동도급을 진행했고 투찰률 88.102%인 199억7228만3000원에 공동도급으로 낙찰받았다.
관련업계는 "자격이 부족한 업체를 입찰에 참여시키기 위해 전주지역에 주소를 둔 두 업체를 공동 도급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업체에 기회를 제공하려고 추진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공동도급사 지분변경시 엄청난 혜택...2년후 입찰에 단독입찰도 가능
A업체는 공동도급으로 낙찰받은 직후인 지난 7월부터 대표사 변경 추진에 나서면서 또 다시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는 "공동도급 지분을 낙찰후 변경해준다면 당초 입찰에서 규정한 '공동도급'이 아닌 단독 낙찰이 되는 형국이다"며 "향후 전주시의 결정이 주목되는 대목이다"고 우려했다.
현재 공동도급중인 A업체의 지분은 30%, B사의 지분은 70%다. 원칙대로라면 공동도급을 맺은 두 업체는 지분만큼 생활폐기물 처리를 대행해야 한다.
하지만 대표사인 B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주 업종으로 차량과 청소장비가 없어 A업체가 도맡아 생활쓰레기 처리업을 운영하고 있다.
B사는 도급 당시 처음부터 생활페기물 처리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가 전무했다. 음식물처리의 '실적'을 A업체에 빌려준 것 뿐이다.
B사는 낙찰후 지금까지도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한 차량이 단 1대도 없다. 물론 인력도 없다.
결국 A업체는 '새우가 고래를 등에 업은 꼴'로 B사의 도움을 받았다. B사는 A업체의 낙찰과 200억원대 쓰레기 처리 영업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관련업계는 "전주시의 쓰레기행정에서 악취가 풍긴다"고 꼬집었다.
◆공동도급 낙찰후 지분변경...당초 낙찰자를 변경하는 격
A업체 관계자는 "공동도급은 처음부터 맞지 않는 계약방식이었다"며 "행안부 등에 질의한 내용을 토대로 지분을 9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전주시에 지속적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동도급사의 한쪽 최소지분은 5%이상으로 규정돼 있어 한쪽이 95% 이상은 갖지 못한다.
전주시가 A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분과 대표사를 변경해준다면 A업체는 이행실적, 수행능력 점수가 높아져 계약이 만료된 2년 후 전주시의 입찰에 공동도급이 아닌 단독입찰도 가능하게 된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공동도급 두 업체가 지분비율을 변경한다는 것은 당초 낙찰자를 변경하는 것과 같다"며 "대표사가 변경되면 실적점수가 높아져 단독입찰이 가능하게 돼 업청난 특혜다"고 잘라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분변경과 대표사 변경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안다"며 "공동도급 낙찰후 B사는 손을 놓고, A업체가 전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업체 간의 문제여서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A사와 수의계약을 비롯 공동도급 입찰 등은 모두 적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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