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최초로 '쌍천만' 관객 동원 기록을 지닌 윤제균 감독이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웅'으로 뮤지컬 영화에 도전했다.
'영웅'이 8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식 개봉이 꽤 늦춰졌지만, 다행히 그만큼 훌륭한 만듦새와 완성도가 돋보였다. 주연을 맡은 정성화, 김고은을 비롯해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박우진, 이현우, 박진주 등이 노래와 연기를 오가며 실감나는 감정들을 극장에 채울 때, 먹먹한 감동이 가득 찾아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영웅'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2.12.08 jyyang@newspim.com |
◆ 오리지널 뮤지컬 '영웅'의 영화화…믿음직한 양대 축 정성화·김고은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동명의 원작 뮤지컬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반으로, 안중근 역에 정성화, 설희 역의 김고은, 안중근의 어머니로 나문희가 열연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웅장하게 깔리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으로 가득 찬 안중근의 얼굴이 스크린을 채운다. 왼손 약지를 스스로 절단하며 동지들와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장면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국인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정성화는 뮤지컬에서도 수차례 안중근을 맡았던 오리지널 캐스트답게 인물 그 자체가 돼 스크린을 누빈다. 그가 동지를 잃은 채 울분을 삼키는 얼굴을 마주할 때 관객들마저 절로 두 손을 꼭 쥐게 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영웅'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2.12.08 jyyang@newspim.com |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는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목격한 궁녀가 일본으로 가 민족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는 목표를 세운다. 이토의 가까이에서 환심을 산 그는 안중근이 활약 중인 러시아 만주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스파이로 활약한다. 나라를 잃고 모든 것을 내던진 그의 얼굴은 침착하지만 내면은 격정적으로 소용돌이친다. 뜻밖의 빼어난 가창력과 특유의 감성으로 한이 서려있는 설희 인생을 그려냈다.
◆ 나문희·박진주, 든든한 이름값…콘텐츠 한류 가운데 새 지평 열까
오리지널 뮤지컬의 흥행과 별개로, 국내에서는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 자체에 선호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영웅'은 굵직한 출연진의 믿음직한 연기와 드라마틱한 연출, 역동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음악을 통해 꽤 완성도 높은 만듦새를 자랑한다. 후반으로 달려갈수록 한겹씩 쌓여 고조되는 감정의 결들이 일제강점기가 아닌 현재를 사는 모두의 마음도 한껏 울컥하게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영웅'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2.12.08 jyyang@newspim.com |
특히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표현한 나문희의 연기는 감탄을 금치못할 정도다. 연륜과 관록이 빛나는 대배우의 연기를 뮤지컬 영화에서, 노래와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복으로 느껴진다. 뛰어난 가창력으로도 널리 알려진 박진주 역시 나라와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로 관객들 마음에 한 자락의 여운을 남긴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영웅'의 한 장면 [사진=CJ ENM] 2022.12.08 jyyang@newspim.com |
뮤지컬 '영웅'의 명넘버 '누가 죄인인가'와 더불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식민사관을 꼬집는듯한 대사들도 인상적이다.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친일파 논쟁에 피곤한 관객들에게 올곧고 또렷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특별히 K콘텐츠와 한국영화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민족만의 이야기와 한을 담아낸 '영웅'의 등장이 반갑다. 12세 관람가, 오는 21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