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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 피어오르는 바느질의 꽃과 달항아리...김순철 개인전 '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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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까지 한남동 갤러리 그라프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큰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비가 그치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SNS를 달구었던 벚꽃의 향연이 좀 줄어들 것이다. 벚꽃잎은 비가 내리면 여지없이 낙화(落花)한다. 거리마다, 아스팔트마다 산화한 꽃잎의 무리가 이리저리 쓸려다닌다.

그러나 한남동의 갤러리 그라프(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23 아울스 스퀘어 1층)에는 이 비에도 아랑곳없이 엄청나게 큰 꽃들이 피어나 있다. 갤러리 그라프는 한지(韓紙)에 바느질로 수를 놓고(회수·繪繡) 그 위에 꽃이나 의자, 달항아리 등을 앉히는 독특한 동양화 작업을 하는 김순철(1965-) 개인전 <HALO>를 4월 23일까지 연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갤러리 그라프 입구 [사진=김순철 SNS]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의자와 달항아리, 소반도 있지만 대개 김순철의 화폭에는 꽃이 피어난다. 엄청나게 큰 꽃 단 하나다. 그러나 그 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심상(心像)의 꽃이다.

개인전 제목 'halo'는 그림 등에서 성상(聖像)의 머리나 몸 주위에 둥글게 그려지는 광륜(光輪), 즉 후광을 뜻한다. 일식이나 월식 때 해나 달 둘레에 생기는 광환(光環) 역시 halo라고 한다. 달무리나 태양의 광배(光背) 역시 halo다. 

그러면 왜 개인전 제목이 'halo'일까. 그건 아마도 사물 하나에 집중한 그의 작품에 후광이 나타나기 때문일 듯하다. 그의 작품에서는 빛이 나는데, 그것은 은은하기도, 때로는 매우 강렬하기도 하다. 그 빛의 연원은 사실 꼼꼼한 바느질의 실이 갖는 물성이지만, 무한한 바느질의 실 자체에 역시 열정의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니 정확하게 지적하자면, 김순철 작품의 후광은 실에 응축된 에너지의 파장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313 70x7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3)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328_65x65cm_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3)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바느질은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작업이다. 이는 서양의 자수와도 다르다. 우리 전통 복식에는 바느질로 모란이나 학 등의 그림을 넣었다. 따라서 바느질에 의한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 그림 이전의 그림이다. 바느질 자체가 그림이 된다. 따라서 바느질과의 결합이야말로 매우 탁월한 착안이라 할 수 있다.

김순철은 1997년부터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을 시도했다. 그리고 1998년 전시회에 이렇게 만든 작품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돌아온 건 선배나 스승들로부터의 꾸중이었다. 왜 멀쩡한 바탕에 구멍을 뚫어 훼손하느냐는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사실 한국화에선 바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 그리기는 흰 바탕을 마련한 뒤에 할 일이다." 《논어(論語) 제3, 팔일 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말이 동양화에선 '바탕을 갖춘 뒤에 꾸밈을 더해야 한다. 바른 바탕을 갖추지 않고 겉모습만 꾸미려 든다면 결국 얼마 못가 추한 몰골이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로 통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바탕에 바느질을 하는 행위가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순철은 바느질 작업을 그만 둘 수 없었다. 바느질은 일종의 마음을 다잡는 행위였다. 예전 우리 어머니들은 바느질로 모질고 고된 세상사의 고민을 털어냈다. 투전판에서의 놀음이나 주색잡기에 빠져 돌아오지 않는 서방을 기다라는 기나긴 저녁, 바느질로 시름을 잊고 슬픔을 이겨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321 53x53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3)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김순철에게는 바느질이 자기 자신 내면과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연결 통로였다. 실은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화면의 앞뒤를 왕래하며 겹겹이 쌓여 저부조 형태로 수용적 기호의 형상을 이루고, 그 시간 속엔 이미 지나간 기억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설레임이 공존한다. 실의 집적체로 쌓여가는 한 땀의 바느질은 차마 풀어 떨쳐 버리지 못하는 내밀한 자신과의 소통의 언어이다. 그것은 단순한 행위지만 외연과 오랜 기억속에서 상처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무의식의 내면을 끌어내어 같은 시간상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한다.

"한지 위에 바느질. 고단하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이러저러한 많은 생각들을 동반하게 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에 들게 한다.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끊임없이 거듭되는 일상의 짧고 긴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지루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드러내는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하며, 섣불리 풀어버리지 못하는 내말한 속내를 삭히는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 김순철 '작가 노트' 중에서.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bout wish 2158_Diameter 90cm_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2021)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원 류철하는 김순철 작업을 이렇게 평론한다. "밀도를 표현하기위해 두터운 한지위에 채색을 가미하기도 하고 도드라진 형상을 문지르며 표현미를 가미하기도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낭만성이 풍기는 한지의 성질 위에 모노톤의 형태미와 질감으로 시간 속에 정지한 공간감, 공간 속에 부여된 시간 의식을 형식실험하고 있다. 대체로 작가의 작업 속에서 화면의 바탕을 이루는 형상층은 존재와 일상을 아우르는 시간으로, 충일하게 형상화된 윤곽들은 시간 속에 부여된 자아의 내면과 공간의식으로 해석하면 흥미롭다. 존재와 일상의 무의미를 되묻고 내면의 시간을 형태화된 감각적 형태미로 규정할 수 있다. 이 순수조형의 탐미가 가져온 조형의 형식실험은 안과 밖, 부재와 실존을 아우르는 반복된 실존증명이면서 화면과 공간을 확장하는 새로운 표현 가능의 발견이다."

그럼 이런 심상의 오브제로 삼은 대상이 왜 꽃이었을까. 처음부터 꽃은 아니었다. 김순철 초기 작업에는 항아리나 그릇이 주조를 이루고 꽃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우연찮게 2003년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항아리를 오브제로 한 회수 작품을 내놓았다. 그냥 추상화는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아 선택한 오브제였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이후 한동안 항아리가 작품의 주된 대상이 됐다. 그러다가 2007년부터는 꽃이 대부분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전시실 풍경 [사진=김순철 SNS]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많은 분들이 묻는다. 무슨 꽃이냐고. 그러나 이 꽃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 마음의 꽃이다. 어느날 밭의 배추들을 보게 됐는데, 내 눈에는 그게 꽃으로 보였다. 땅에서 잎사귀들을 온통 펼치고 피어나는 것은 배추의 몸부림이다. 종족 번식을 위한 희열의 행위이자, 일종의 절규다. 그런 배추들이 내게는 꽃보다 훨씬 꽃다운 형상으로 다가왔다. 배추 그 자체가 최고의 절정이자, 열락에 흔들리는 꽃의 기호, 상징이다."

그래서 김순철 작품에 등장하는 꽃은 색상과 크기만 다르지, 꽃 모양은 거의 동일하다. 마음 속의 꽃이라서다. 그런데 그렇게 동일한 모습의 꽃을 나타내는 게 사실은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다. 또 꽃의 끝부분은 보통의 꽃처럼 뭉글하지 않고 뾰족하게 나와 약간 흐트러져 있다. 바로 환희의 절정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순철의 작품들은 KIAF나 '화랑미술제' 아트페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박한 전통 한지에 꼼꼼히 바느질을 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작업 방식이 매우 개성적이면서도 뚜렷한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전시실 풍경 [사진=김순철 SNS]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전시실 모습 [사진=김순철 SNS]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김순철은 앞으로도 꽃과 의자, 항아리, 접시를 오브제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추상적 풍경화는 앞으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들 오브제는 무엇인가 좋은 기운이 담기길 바라는 상징적, 수용적 기호다. 꽃 역시 간절한 열망의 에너지가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의 형상이다. 그의 작품명이 모두 'About Wish'인 것도 그러한 연유다. 

갤러리 그라프의 유정원 디렉터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업 방식인 회수 기법 이외에도, 그러한 기법의 반복적 결과인 오브제의 밝은 컬러 감각에 대해 조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니 전시장에 들어서면 벚꽃처럼 한꺼번에 우수수 지고 마는 그런 꽃이 아니라, 내 마음과 가슴에 일렁이는 불꽃같은 열망의 꽃이 활작 피어날 것이다.

어느 것이 진짜 꽃일까. 비에 낙화하는 꽃이 진짜일까, 내 마음의 찬연한 꽃이 진짜 꽃일까.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전시실을 찾은 관객 [사진=김순철 SNS] 2023.04.05 digibobos@newspim.com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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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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