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현실을 깨달아가면서 느끼는 아픔과 고민이 있더라고요. 이런 솔직한 감정을 썼어요. 저와 동시대를 사는 친구들이 이번 앨범을 듣고 공감하고, 힐링했으면 좋겠어요."
2014년 그룹 러블리즈 보컬로 데뷔해 지난해 9월 독립 레이블 하우스 오브 드림스를 설립하고 솔로 아티스트로 태어난 류수정이 데뷔 9년 만에 첫 솔로 정규앨범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Archive of Emotions)'로 돌아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류수정 [사진=하우스오브드림스] 2023.04.18 alice09@newspim.com |
"이렇게 정규앨범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웃음). 이번 앨범을 너무 고대했거든요. 이전에 들려드렸던 자작곡과 다르게 모두 최근에 썼던 곡을 담았어요. 그래서 요즘 느꼈던 감정이 녹아있죠. 20대 중반을 넘어가며, 후반을 향해 가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아냈어요."
이번 앨범은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류수정이 느꼈던 새로운 감정이 담겼다. 곡 분위기는 모두 밝지만, 가사에는 현실을 깨달아가며 마주해야했던 우울함과 슬픔이 녹아져 있다. 차마 내뱉지 못했을 감정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 것이 특징이다.
"앨범의 주된 정서는 고민과 힘듦이에요. 20대 후반을 향해 가면서 세상이 새삼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실망했던 것도 있고, 새로운 희망도 봤고요. 예전에는 크게 꿨던 꿈이나 소소했던 소망들이 무조건적으로 이뤄질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한다고 모든 게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런 실망감이 왔던 거죠. 그래서 이런 감정을 1번 트랙 '논 판타지(Non-Fantasy)'에 담았고요. 가사는 제 고민이 담겼지만 듣는 분들은 밝게 받아주시길 바랐어요. 그래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게 갔죠."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그래비 걸(Grabby Girl)'은 류수정의 본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곡이다. 돈과 사랑, 명예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20대의 당찬 매력과 더불어 그의 욕망의 크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류수정 [사진=하우스오브드림스] 2023.04.18 alice09@newspim.com |
"제 욕심과 욕망을 팬들이나 누군가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룹 활동을 할 때는 수줍고 소녀 이미지를 강조했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제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저도 욕심과 욕망이 있고, 이런 것들로 힘들어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풀어냈죠. 저한테는 일에 대한 욕심이나 사랑에 대한 욕심이 제일 크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감정을 써내려갔어요."
솔로 아티스트로 홀로서기를 한 만큼, 이번 앨범에는 류수정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전곡 작사는 물론, 작곡과 편곡에도 참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역량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렇게 빠르게 준비해서 선보일줄 몰랐다"며 비화를 밝혔다.
"사실 미니앨범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번 앨범에 많은 욕심을 냈거든요. 그러다 죠라는 친구와 작업을 했는데,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빠르더라고요(웃음). 그 속도에 맞추다보니 곡이 많이 나왔어요. 이정도 곡이면 정규앨범을 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정규앨범을 준비하게 됐고요."
정규앨범 발매 전 선공개된 '러브 오어 헤이트(Love or Hate)'는 류수정의 다채로운 보컬의 색깔이 드러난다. 그와 달리 타이틀곡 '그래비 걸'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 보컬 역시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류수정 [사진=하우스오브드림스] 2023.04.18 alice09@newspim.com |
"선공개한 '러브 오어 헤이트'랑 수록곡 '롱(Wrong)'은 음역대가 다채로워요. 그와 달리 '그래비 걸'은 느낌이 다르죠. 지금까지 다이내믹한 음악을 주로 해 와서 새로운 느낌을 들려드리고 싶더라고요. 욕심과 욕망이 주제인 만큼, 이런 감정을 저만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에 공감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
개인적인 욕심과 욕망, 이로 인한 고민과 힘듦을 써내려간 만큼 작사를 하며 우려됐던 지점도 있다. 대중 앞에서 늘 밝은 모습만 보여야 했던 아이돌이었기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 역시 조심스러웠을 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가사를 써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고민이 없어졌어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더라고요. 하하. 선공개한 '러브 오어 헤이트'는 제 감정을 쏟아낸 곡이기도 해요. 아무 이유 없이 저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다 쓴 곡인데, 이런 감정으로 많이 괴롭기도 했거든요. 신기한 건 가사를 쓰고 난 후에 감정이 많이 털어지더라고요. 고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는 편인데,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오히려 제 자신이 더 대견하게 느껴졌어요.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거잖아요(웃음). 그래서 제 모습을 사랑하게 됐죠."
가수 류수정으로서가 아닌,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류수정이 느낀 감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러다보니 그는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이 듣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저도 친구들과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할 때, 각자 꿨던 꿈이 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전에는 환상 속에서 꿈을 꿨다면 이제는 현실에 맞는 꿈을 꾸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오는 아픔이 있었고요. 이런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20대 후반을 향해 가는 친구들이 듣고 공감하고, 힐링했으면 좋겠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