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억 규모 한전 출연금 미승인 상태
광주과기원 통합시 임금격차 해소 난항
산업부 "불요불급 예산 삭감 또는 이연"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대한 출연금 축소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다만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대안 없이 단순 뺄셈 공식만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 2000억 가운데 1588억 한전 출연금 결정만 연기
18일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등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대에 올해 지원해야 하는 출연금은 한전 1588억원, 산업부 전력기반기금 300억원, 전남도 100억원, 나주시 100억원 등 2088억원에 달한다.
현재 전남도와 나주시는 출연금의 4분의3 가량을 투입한 상태로 올해 지원할 예산 마련에는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가 부담하는 전력기반기금 300억원 역시 지난해 정부 예산이 결정된 상태다.
한국에너지공대 캠퍼스 조감도 [사진=한국에너지공대] 2022.01.03 kh10890@newspim.com |
문제는 한전이 지원해야 할 1588억원 규모의 출연금이다.
최근 한전의 적자 해소 등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추가적인 경영 안정화를 위해 산업부, 기획재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전의 출연금 책정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중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역시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해 한전의 에너지공대 출연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이같은 출연금은 한전이 기재부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뒤 이사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현재 출연금에 대한 예산신청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정부나 공기업의 출연은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 압박도 거세다.
감사원과 산업부의 강도높은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감사원은 에너지공대의 전신인 한전공대의 설립 적법성을 비롯해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출 적절성을 살피고 있다. 이와 함께 캠퍼스 부지 선정 당시의 특혜 의혹 여부도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부는 한전공대의 출연금 무단전용, 법인카드 위법 사용 등 의혹을 살피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에너지공대에 대한 예산과 감사 압박을 통해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도록 몰아붙이는 분위기"라며 "당초 설립 취지를 보지 않고 정치적인 논쟁거리로 키우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 광주과기원 통합은 구조적 불가능…입학한 청년들만 '냉가슴'
한전의 출연금이 축소될 경우, 에너지공대의 전반적인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3월 개교한 에너지공대는 학부 400명(학년당 100명), 대학원생 600명 규모로 설립된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소수 정예의 강소형 대학으로 평가된다.
학생들은 학과 간 칸막이가 없는 단일학부에서 학습과정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혁신적인 공학교육을 받고, 해외석학과 세계적 수준의 명망있는 교수진과 토론하면서 국제 감각과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켄텍·KENTECH) 총장이 2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2022'(BIXPO 2022)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2.11.02 kh10890@newspim.com |
이런 상황에서 재정이 축소될 경우 교육 전반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학생에 대한 복지나 교수에 대한 처우도 후퇴될 수 있는 만큼 학교의 실질적인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광주에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와의 통합론도 띄우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수에 대한 급여차이가 2배 가량 에너지공대가 높다보니 통합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과기부 한 고위 관계자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출연금 지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강도높은 감사가 이어지면서 학생들 역시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현재 200명 가량의 재학생들은 개교 2년차에 들어선 학교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부터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산업부가 전반적인 대안을 마련한 것도 아니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출연금을 축소하더라도 그에 맞게 예산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더구나 산업부가 에너지공대의 관리 주체인데도 교과과정이나 전반적인 교수 관리 등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인풋(출연금 지원)이 줄어들면 아웃풋(지출예산)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며 "에너지공대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서는 삭감하거나 이연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학생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