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 사건 후폭풍
어수봉 이사장 "사태 수습 후 거취 결정"
잇따른 사고에 임기 1년 남기고 사퇴 예고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고용노동부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국가자격시험 응시자 609명의 답안지를 채점도 하기 전에 파기한 사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정부가 직접 진위파악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세무사 시험에 이어 두 번째 관리부실 사고다. 잇단 사고로 공단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가운데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어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일까지로 약 1년가량 남은 상태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불명예 사퇴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 국가자격시험인데 관리 엉망…609명 재시험 통보
24일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최근 발생한 국가자격시험 답안지 파쇄 사건과 관련해 전날(23일)부터 고용부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어제(23일)부터 서울 서부지사에 대한 고용부의 현장 특별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답안지 파쇄 사실을 확인한 날이 주말이다보니 어제부터 (특별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4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2021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2차 시험이 열린 가운데 수험생들이 고사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1.09.04 kilroy023@newspim.com |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 609장이 공단 측 실수로 채점도 되기 전에 파쇄됐다.
시험이 끝나고 남은 답안지는 파쇄 처리하는데, 609명의 답안지가 담긴 포대 하나가 채점센터로 옮겨지지 않고 그대로 파쇄된 것이다.
공단은 응시자 609명에게 개별 연락해 사과하고 재시험 일정을 안내하고 있다.
또 이번 피해 수습에 집중한 뒤 관련 책임자 처벌도 진행할 계획이다.
◆ "책임지겠다"는 공단 이사장…의원면직 가능성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며 어수봉 공단 이사장의 거취 문제도 거론된다.
어 이사장이 지난 2021년 3월 3일 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국가자격시험 관리와 관련한 두 번째 대형 사고라서다.
공단은 지난해에도 세무사 자격시험 과정에서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혜택을 줬다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 고용부 특별감사를 받았다. 해당 사건은 당시 세무사 시험 응시자들로부터 시험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공분을 샀다.
당시에는 어 이사장이 아닌 공단 채점 관련 직원 6명에 대한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유사 사태가 반복된데다 어 이사장이 문재인 전 정부때 임명된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로 정권교체된 이후 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어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일까지다.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왼쪽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시행된 '2023년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5.24 swimming@newspim.com |
공단 관계자는 "(어 이사장은) 응시자들에게 불이익과 피해가 없도록 신속히 대응에 나섰고, 현 시점에서 사퇴는 책임 회피나 마찬가지이므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거취 문제 등은 사태가 수습되고 나서 이사장이 직접 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 이사장은 전날 사과 브리핑을 통해 "공단이 자격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입힌 점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를 비롯한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자격검정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답안지 파쇄 피해자들 사이에서 집단소송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법인 예현은 이날부터 공단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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