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나쁜엄마'를 하면서 현장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욕심을 비워내고 그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됐죠."
배우 이도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 이어 JTBC '나쁜엄마'를 통해 연타 흥행에 성공했다. 이도현은 '나쁜엄마'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서 한 순간의 사고로 7살 지능의 아이가 되어 버린 최강호 역을 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도현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2023.06.13 alice09@newspim.com |
"이번 작품이 사전제작이라 캐릭터는 잘 떠나 보내준 것 같아요. 이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 들어가는 시기가 비슷해서 맡았던 역할을 보내주는데 시간이 많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사전제작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제 작품이 방송되는 걸 보기도 했고요.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이도현이 이번 작품에서 맡은 최강호는 공명정대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인물이다. 강한 자의 편에 서서 약한 자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유년시절 아픔도 있었지만, 덕분에 독해졌다. 그러다 뜻밖의 사고로 일곱 살 지능의 어린 아이가 된다.
"어린 아이들은 정말 너무 활발하잖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과 말투를 많이 시도해봤어요. 한 장면을 찍을 때마다 정말 다양한 표현을 했고요. 그렇게 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어요. 처음에 너무 어렵더라고요(웃음). 사고로 일곱 살로 돌아가지만, 원래의 서른여섯 살의 강호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시 서른여섯의 강호로 돌아왔을 때 괴리감이 없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간극이 너무 크면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감독님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셔서 감사했죠."
태어났을 때부터 강호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없었다. 돼지농장을 하는 엄마 영순(라미란) 덕분에 유년시절은 놀림 받기 일쑤였다. 벗어나고 싶었던 엄마의 품이지만, 일곱 살 강호에게 엄마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돼 버렸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도현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2023.06.13 alice09@newspim.com |
"라미란 선배랑 정말 교감을 많이 하면서 촬영했어요. 그래서 울면 안 되는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극 초반에 입양동의서를 엄마한테 드리러 갔을 때 계속 눈물이 났어요. 여기서 울어버리면 제가 계획한 모든 게 들통 난다는 생각에 간신히 참았던 기억이 나요. 선배랑 연기를 하면서 무언가를 특별히 준비해가지 않아도, 현장에서 주는 서로의 에너지만으로도 연기가 된다는 걸 경험했어요. 저도 준비성이 철두철미한 편이라, 많은 걸 준비해 가는데 선배랑 연기하면서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이번 작품을 통해서 현장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부담감을 많이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욕심을 비우고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연기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라미란 선배에게 너무 감사하죠."
어린 아이로 돌아갔던 그는 돼지농장의 화재로 인해 다시 서른여섯의 강호로 돌아온다. 기억을 되찾은 장면이 11부 후반에 잠깐 나온 만큼, 당시 시청자들은 다음 회차에 대한 추측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이도현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기억이 되돌아온 장면이었기 때문에 눈빛에서 확 달라진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보니까 그 장면이 너무 아쉽더라고요(웃음). 보시는 분들에게 제가 너무 혼란을 드린 게 아닌가 싶었어요. 감독님과도 확 변화가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연기를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눈빛 하나부터 바꾸려고 노력했던 장면이기도 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도현 [사진=위에화엔터테인먼트] 2023.06.13 alice09@newspim.com |
사전제작인 만큼, 마지막 회는 모든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청했다. 한 작품 안에서 전혀 다른 인물은 연기해야 했기에 남다른 고충도 많았다. 그는 "작가님들이 칭찬해주셨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에 작품을 다 같이 봤는데, 작가님에게 어떨 때 뿌듯한지 여쭤보니까 '생각한 글이 그대로 나올 때'라고 답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강호는 어떻게 보셨는지 물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해줘서 고맙다'라고 해주시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열심히 하고, 파헤친 보람이 있다고 느꼈어요."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해 '호텔 델루나', '18 어게인',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 그리고 '더 글로리'까지 숱한 작품에 출연했다. 매 작품마다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그는 "무슨 장르이든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죠. 하하. 저는 모든 장르가 자신 있어요.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고 믿는 편이거든요. 제 연차에 아직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아쉬운 점은 많아요. 그래서 더 빨리 크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어려운 작품을 택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쉬운 것도 하고 싶지만, 매 작품마다 고난은 있거든요. 그걸 이겨내는 과정이 얼마나 수월한지의 차이인 것 같고요. 어려워야 재미있다고 느껴요. 사서 고생하는 편이죠. 하하. 저한테 연기는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