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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톰 크루즈·'바비'도 찾는 한국, K무비 전성기 언제 다시오나

기사입력 : 2023년07월04일 08:01

최종수정 : 2023년07월04일 08:02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할리우드 톱 배우 톰 크루즈가 무려 11번째로 한국에 방문했다. 세계적인 관심 속에 19일 개봉을 앞둔 '바비'의 마고 로비도 한국을 찾았다. 그야말로 K컬처의 영향력에 할리우드마저 주목하는 가운데, K무비의 산실인 한국 영화계는 고민이 깊다.

지난 6월 말 톰 크루즈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헤일리 앳월, 바네사 커비, 사이먼 페그, 폼 클레멘티예프까지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내한했다. 지난 1996년부터 오래도록 전 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했던 '미션' 신작은 한국에서 최초 개봉을 결정했다. 내한한 배우들은 "한국이 이번 프레스 투어의 하이라이트"라면서 한국 영화시장의 영향력과 관객들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양진영 문화부 기자

7월 1일엔 '할리퀸'으로 전 세계적 명성을 쌓은 배우 마고 로비가 직접 주연과 제작자로 나선 영화 '바비'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공동 집필과 연출을 맡은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작은 아씨들' 등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에 이미 팬층이 두텁다. 함께 찾아온 아메리카 페레라는 미국 ABC의 드라마 시리즈 '어글리 베티'로 2007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다.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영화와 스타들이 속속 한국행을 결정하며 높아진 K컬처의 명성이 날로 입증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영화 업계엔 올해 상반기 내내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 2-3월엔 극장 관람객수가 사상 초유의 수치로 감소했고, 국내 흥행 영화가 전무했다. 지난 5월에 개봉한 마동석 주연의 액션 프랜차이즈 '범죄도시3'가 개봉 한 달여 만에 1000만 돌파에 성공하면서 K무비의 불씨를 살리며 체면치레를 했다. 업계에서는 5-6월의 극장가 흥행 기세를 국내 작품이 이어받아 7-8월 여름 성수기에 특수를 이어가길 바라는 분위기가 다수지만, 여건은 그리 만만치 않다.

특히나 올 상반기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작품들은 대부분 외화의 차지였다. 1-2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으로 시작해 3월 '스즈메의 문단속', 5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6월 '엘리멘탈'까지 외화가 강세를 보였다. '범죄도시3' 외에 개봉했던 많은 한국 영화들이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데서 배급사와 제작사, 투자사들의 시름이 컸다.

업계에서는 해외에서는 K무비가 각광받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영화계가 침체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100억대 예산이 투입되는 작품도 '대작'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최근엔 200억 이상으로 영화 제작비가 점점 늘어났다. 관객들의 눈은 높아진 탓에 예산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에,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개봉작이 나오고, 흥행이 이어져야 시장에서 재투자도 가능하다. 한국의 영화산업 자체가 위기"라고 입을 모아 어려움을 토로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엔 영화계 일부에 관객수 조작 수사, 부산국제영화제 파행 우려 등 악재가 이어졌다. 영화계의 쇄신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회복되지 않은 시장에 부정적인 파장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크레딧에서 모두가 볼 수 있듯, 한국 영화의 제작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은 대부분 겹친다. 영화 산업의 리스크가 커진다는 건 세계적으로 K무비가 각광받고 있는 현 시점에 여러 모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영화계에서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으로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K무비의 꾸준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기생충' 한 편으로 한국인들의 뛰어난 영화적 재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 세계에 알려졌듯, K컬처의 지속적인 확장과 발전에 한국 영화와 창작자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불과 3년 전 1000만 영화가 1년에 몇 편씩 쏟아지고, 양적·질적으로 훌륭한 토양을 만들었던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다시 맞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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