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최근 가구업계와 소형가전-렌탈업계에서 각각 1위 수성과 1위 도전의 기치를 내건 한샘과 SK매직이 대표이사를 교체해 주목된다.
1년 여 임기가 남은 시점에서 대표이사가 조기 교체되는 배경으로는 실적 부진이 꼽힌다. 한샘의 경우 부동산 경기에 따른 가구업계 불황을 수장교체로 넘어야만 하는 색다른 이유도 있다는 관측이다. 인수 2년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SK매직은 조금 다른 측면이 감지된다. 기업공개나 매각 등의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한샘과 다름이 없겠지만 SK네트웍스의 자회사로서 후계구도와도 맞물린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면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한샘 수장교체는 절박한 대주주 사모펀드의 불가피한 선택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6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57억원을 거두며 적자로 돌아섰다. 한샘은 지난해 상장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낸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매출액도 지난해 동기에 비해 줄어들고 적자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IMM PE는 2021년 9월 현대백화점, 신세계, LX하우시스 등과의 경쟁 끝에 롯데그룹의 출자를 받아 1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지난해는 2002년 국내 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 2분기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 않다.
IMM PE가 주당 22만 2550원에 인수했던 한샘 주가는 현재 4만3000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같은 형국을 넘기기 위해 한샘은 대표집행임원으로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본부 본부장을 선임했다.
임기를 1년 6개월 가량을 남겨 둔 김진태 대표가 실적 반등을 위해 여러 전략적 시도를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최대 주주인 IMM PE가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3~5년 내에 투자금 회수 방안을 찾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유진 한샘 신임 대표집행임원. [사진=한샘] |
신임 김유진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적자의 늪에 빠진 에이블씨엔씨를 오퍼레이션과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시킨 인물이다.
IMM PE는 한샘의 사업 내용과 전략 방향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 브랜드 경쟁력 상승 등에 대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샘은 "장기간 이어진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실적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한샘이 직면한 국면은 경영상 문제라기 보다는 부동산 경기에 따른 가구업계 자체의 불황에 기인한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진태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해 고객을 유입·확보하기엔 다소 제약이 있는 만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대규모 가망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폈다. 부동산 경기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구 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3분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한샘의 경우 인테리어가 주력 사업이라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 SK매직 수장교체는 후계구도와 맞물린 듯
SK매직도 올해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매직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748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5.7%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20년까지는 렌탈 부문 매출 성장에 따라 매출액 영업이익이 8%대를 기록하는 등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2021년 6.6%, 2022년 5.9% 등 수익성 감소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또 SK매직은 2018년 모회사인 SK네트웍스를 통해 말레시이아에서도 가전 렌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이 사업부를 SK매직이 넘겨 받아 아직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추진됐던 기업공개(IPO)도 여의치 않게 되고 또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돌기도 했다. IPO든 매각이든 현재로서는 성공적일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 SK네트웍스는 경영진을 새로 구성하는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완성 신임 대표이사 [사진=SK매직] |
지난 30일 SK매직은 김완성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했다고 밝혔다. 물러나는 윤요섭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 대표이사로 처음 선임된 후 2년 6개월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지만 결국 잔여 임기를 한참 남기고 퇴진하게 됐다. SK매직이 지난 2016년 SK네트웍스에 합병된 이후 대표이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된 것은 윤 대표가 처음이다.
김 신임 대표는 SK주식회사 머티리얼즈에서 BM혁신센터장을 맡았으며, 회사의 인수·합병(M&A)과 조인트벤처(JV) 딜 이후 기업가치를 성장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 SK매직은 SK네트웍스의 글로벌 투자와 신성장 사업을 주도해 온 정한종 SK매직 기타비상무이사를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이와함께 후계구도도 업계에서 거론 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초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사업총괄을 사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최 사장 중심의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고 계열사 경영진을 최 사장의 최측근으로 교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SK매직은 3세 경영 체제 구축을 본격화 한 최 사장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회사로 꼽히고 최 사장이 경영 승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능력을 더 입증해야 하는 시기인데,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였던 SK매직의 IPO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던 데다 매각 실패, 실적 악화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경영진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SK네트웍스 측에서 매각보단 당분간 이들의 성과를 지켜볼 듯 하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2016년에 4~5군데 원매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장에서 매각가를 5000억원 내외로 예상하던 SK매직(당시 동양매직)을 글랜우드-NH 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즉 매직홀딩스로부터 6100억원 내외의 값을 치르고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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