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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로 찌르고 해체하고 해상에 투하하고'...포항해경, 고래 불법포획 55명 검거

기사입력 : 2023년08월25일 12:59

최종수정 : 2023년08월25일 15:08

포항해경, 24일 불법 고래포획 수사 중간 발표
해경 항공기에 생생하게 포착된 불법포획 '백태'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망망대해에 고래들이 유영하고 있다. 배 두척이 유영하는 고래 주변으로 다가온다. 스티로품 부이가 매달린 조립형 작살을 든 사람들이 유영하는 고래를 겨눠 3~4차례 작살을 던져 찌른다. 불법 고래 포획선은 고래 몸통에 박히 작살과 연결된 스티로품 브이를 따라 함께 이동한다. 고래가 숨이 멎자 포획선의 분리형 현측문(갯문)을 열고 고래를 인양해 해체한다. 해체된 고래를 자루에 담아 로프로 연결한 후 무거운 돌을 매달고 또 다른 쪽에 있는 고래 운반선이 식별할 수 있도록 부이를 매달아 해상에 투하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경북 포항해양경찰서가 해경 항공기에서 촬영한 불법 고래포획 범행 현장이다.

불법 고래 포획.운반,유통 범행 개요도[그래픽=포항해경]2023.08.25 nulcheon@newspim.com

경북 포항해경이 24일 청사에서 '불법 고래포획 사건 수사 중간발표'를 갖고 "포경선 6척과 포획한 고래 운반선 3척의 선원과 선박 운영자, 불법 포획 고래를 유통한 고래고기 전문식당 주인 등 55명을 검거해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항해경은 바다에서 불법으로 자행되는 고래불법 포획현장과 이들 고래불법포획사범들을 끈질기게 추적해 검거하는 과정 등을 영상과 사진, 설명을 통해 생생하게 공개했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포항과 경주의 항포구에 수상한 선박이 드나든다'는 첩보를 입수한 해경은 지난 6월 2일, 불법 포획한 고래를 싣고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 양포항에 입항해 차량에 옮기던 일당 3명을 장시간 잠복 끝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들이 타고 있던 배 안에서 해체된 밍크고래가 든 자루 94개를 압수했다.

해경은 현장에서 검거한 3명의 진술을 통해 포획과 판매.유통 조직원들의 행적 추적에 들어가 지난달 3일 오전 11시쯤,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입항하던 포획선을 발견하고 급습해 선원 6명을 검거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포항해경이 24일 청사에서 '불법 고래포획 사건 수사' 중간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2023.08.25 nulcheon@newspim.com

해경은 또 이들로부터 '최근 포항과 경주, 울산 앞바다에 불법 고래포획이 성행한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곧바로 인천 연수구의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공조해 해경 항공기를 투입 고래 불법포획 현장 확보에 들어갔다.

마침내 지난달 28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동쪽 약 18.5㎞ 떨어진 바다 위에서 작살로 찔러 잡은 고래를 갑판으로 끌어올리는 포획선 1척을 발견, 해상 경비함정과 연안 구조정을 출동시켰다.

해경이 나타나자 불법 포획선은 방향을 틀어 전속력으로 도주하면서 범행 증거를 없애기 위해 고래고기를 바다에 버리고 배 구석구석을 세척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각은 고스란히 해경 항공기에 포착됐다.

해경은 1시간 넘는 추적 끝에 이들 불법 포획선을 검거했다.

포항해경이 불법 고래포획사범들로부터 압수한 고래 포획 장비.[사진=포항해경]2023.08.25 nulcheon@newspim.com

해경은 포획선 갑판에 흩어져 있는 고래 살점과 남아 있는 고래 혈흔을 채취해 고래연구센터에 DNA 분석을 의뢰하는 등 치밀한 과학수사 끝에 이들이 바다에 버린 고래는 서로 다른 DNA를 가진 밍크고래 두 마리임을 밝혀냈다.

해경은 또 선박 운영자 5명을 검거하고 이들과 결탁해 고래고기를 구입하거나 판매해 온 전문식당 3곳까지 적발했다.

조사 결과 선박운영자는 고래고기가 담겨있는 차량을 가지고 전문식당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받아 포획선과 운반선 선원들에게 분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포획된 밍크고래는 총 17마리로 시가 약 16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성대훈 포항해경 서장은 "불법 포획 일당이 지금까지 잡은 밍크고래는 17마리로, 시가 약 16억 원 상당으로 확인됐다"며 "포경을 뿌리 뽑기 위해 앞으로 육상과 해상 공중의 모든 가용 세력을 동원해 엄정 대응하고 검찰과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해양포유동물인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할 경우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불법 포획된 고래를 소지·유통·가공·보관 또는 판매하면 수산자원관리법에 의거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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