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범죄, 형량 낮지 않지만 양형기준 허점
여야, 범죄구성요건 확대·벌칙 강화 입법안 발의
산업부, 기술보호제 실효성 강화·정부입법 추진
[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기술보호 정책을 강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산업기술보호 추진 동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 산업기술 유출, 실형 비율 20% 미만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산업기술보호 총괄 부처로서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핵심기술의 지정·변경·해제, 수출 및 M&A 심의 등을 맡고 있다.
최근 산업기술보호법의 처벌규정이 상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언론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기술보호 처벌규정 형량은 다른 국가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기술 유출 시 15년 이하의 형량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는 미국(15년 이하), 일본(10년 이하) 등과 비교해 낮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현재 처벌 수준이 낮은 이유는 양형기준과 범죄구성요건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3.08.28 victory@newspim.com |
산업기술 유출 사건의 법원판결 결과를 보면 무죄 비율이 30.3%, 집행유예가 54.5%로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이는 법정형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대법원 양형기준이 원인이다. 3년 6개월 이하 선고형의 경우 집행유예 처분이 가능하다.
또한 범죄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강해 무죄 선고율이 높은 문제도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려면 '국가 핵심기술 또는 산업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이 입증돼야 한다.
목적범에 대한 입증이 고의범에 대한 입증보다 어렵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실정이다.
올해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범죄구성요건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하고, 징역·벌금형 등 벌칙을 강화하는 입법안이 발의됐다.
◆ 산업기술보호위원회 강화…전문인력 관리제 도입
산업부는 규제 개선을 비롯해 기업 스스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 기술보호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의 산업기술보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보안설비구축(올해 2억원), 중소기업 보안컨설팅(올해 2억원) 등을 지원한다.
기술책임자, CEO, 현장인력 등 다양한 위치의 인력에 대한 기술보호 전문성, 보안역량 교육 내실화(올해 6.1억원)도 추진한다.
13개 분야 75개에 달하는 국가핵심기술은 올해 말까지 현행화하기로 했다. 보호가 필요한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신속히 지정하고, 보호필요성이 낮아진 기술은 적기에 통제대상에서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3.08.28 victory@newspim.com |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운영도 강화한다. 개최주기를 연 4회에서 8~10회로 단축하고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정책협의회도 분기별 1회로 정례화한다.
또한 올해 말까지 첨단전략기술 전문인력 지정·관리를 추진한다. 기업에서 전문인력 지정을 신청하면 첨단전략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산업부 장관이 지정하는 절차를 갖추는 것이다.
기업은 이렇게 지정된 전문인력과 해외 동종업종으로의 이직 제한, 전략기술 관련 비밀유출 방지, 퇴직 후 전직 및 창업 관련 정보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기술보호 계약을 체결한다.
기술유출이 우려될 경우 기업은 정부에 전문인력의 출입국기록 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외국계 국내 사모펀드를 통한 인수합병(M&A) 등 그간 제도적으로 규제하지 못했던 주요 기술유출 경로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을 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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