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9월 23일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예술계 선순환 구조 확립을 선도한다. 코 앞으로 다가온 프리즈&키아프 아트페어서도 전년도보다 나아가 예술·문화 지원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올해 1회를 맞는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을 통해 예술나무 운동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포부를 전했다. 올 초 취임한 정 위원장은 예술가 지원과 더불어 문화와 정책 소비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한 문화행정으로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 50주년을 맞았습니다. 1973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300불 대로 거의 먹고 사는 것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외국의 원조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던 시대였죠. 그때도 선배들이 문화예술이 중요하다고 해서 문예진흥법을 만들고 문화예술진흥원을 설립, 기금을 걷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되는 기틀이 됐습니다. 50년 지나 성장한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국민 여러분들께 예술위 차원에서 감사 표시도 하고 그간의 역사를 돌아보고 이제는 새로운 50년을 쓰겠다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처럼 준비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8.31 choipix16@newspim.com |
10년 전부터 전개된 예술위의 예술나무 운동은 문화예술 후원 시스템을 제도화했으나, 인지도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올해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을 계기로 정부 예산에 기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후원 시스템을 적극 독려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 처음 개최하면서 국민들께 감사 표시를 하는 동시에 예술나무 운동을 범국민적인 캠페인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국민, 기업, 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후원을 통해서 문화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전환점 만들어보자는 캠페인을 예술위가 주도할 생각입니다. 세금이나 정부 지원에만 의존했던 것을 벗어나 국민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서 우리가 문화를 키운다는 의미를 전달해야죠. 예술을 통해서 쉼을 얻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예술나무를 심고 그것이 모여 예술의 숲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죠. 이런 중의적 의미를 담아서 페스티벌의 이름도 지었습니다."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은 취지도 좋지만 조수미부터 자우림의 김윤아, 싱어송라이터 이찬혁, 밴드 추다혜차지스, 박기훈퀸텟, 뮤지컬배우 최재림,'팬텀싱어4' 우승팀 리베란테 등 클래식부터 뮤지컬, 크로스오버, 대중음악까지 세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이 단연 화제다. 장소 역시 가족 단위의,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모일 수 있는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펼쳐진다.
"여러 고민들이 있었죠. 무엇보다 그야말로 축제가 돼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장소도 야외 잔디마당으로, 공연 한두시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종일 가족들이 돗자리 갖고 나와서 앉아 맛있는 것도 먹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1만여 명을 모시려 하는데 티켓팅을 하게 되면 원하시면 아르코 회원으로 등록해드리고 여러 특전과 혜택도 받으실 수 있어요. 티켓을 사면 후원도 되고, 아르코의 공연 할인과 프로그램을 제공해드리려 합니다. 티켓을 구매함면서 예술나무를 심게 되고, 나무가 숲을 만들어나가고 그것이 우리 나라의 예술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8.31 choipix16@newspim.com |
예술나무 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병국 위원장의 구상은 모두가 즐길 만한 축제를 만들고, 관객들의 티켓 구매가 자연스럽게 예술 후원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예술계와 위원회의 자립을 유도하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정 위원장은 현재의 공적 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기관이 완전히 자립을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후원 시스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성공한 나라의 사례가 미국입니다. 공적 지원은 10%정도이고 사회적 후원이 20%정도, 나머지 70%는 자체적인 수익을 갖고 운영하는 구조죠. 국내도 지금과 같은 문화예술 발전 속도라면 자립 구조를 50%정도는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사회적 후원 비중이 2%정도인데 거꾸로 돼야해요. 정부 지원을 20%, 사회적 후원 30%, 자체적인 수익구조 예산이 50% 이렇게 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위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휘말리며 곤혹을 겪은 바도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거쳐온 문화계 인사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선을 그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산지원 주체의 눈치보기식 행정, 심사가 이루어지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후원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두번 다시 그런 일이 있지 않게끔 해야죠. 블랙리스트 문제가 나오니 일각에서 화이트 리스트는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하고요. 예산지원이 편중되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참 안타까운 일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어났다고 봅니다. 창작하는 예술인들이 눈치를 봐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더이상 일어나선 안됩니다. 정부의 눈치를 안보게끔 사회적 후원 시스템에 의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풍토가 돼야 해요. 작품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예산 지원하게 되면 편성 기준도 있고 정산에 요구되는 것들도 있어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기죠. 그것조차도 없는 후원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기초를 다지는 시작점이 예술나무 운동이라고 봅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8.31 choipix16@newspim.com |
9월 초엔 지난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공동 개최를 앞두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전년도 다소 미흡했던 공공 지원을 언급하며 올해는 현장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예술지원 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미술 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저평가됐지만 작년, 재작년부터 대중예술인 특히 BTS RM 같은 친구들이 컬렉션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미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유행과 트렌드가 형성됐어요. 젊은 사업가, 벤쳐들이 대거 유입이 됐고 대중화 흐름이 생겼죠. 현재 1조원 시장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성장했지만 작년엔 관에서, 국공립적 차원에서 지원을 제대로 안했어요. 어떻게든 한국 미술을 알리겠다 해서 국·공립 미술관 책임자들 모시고 의기투합을 했습니다. 지난번 콜렉터들, 크리에이터들의 불편사항을 취합해서 대폭 개선하기로 했고 셔틀 도입 같은 교통문제, 관광공사와 함께 맵을 제작하고 여러 가지 행정 지원들, 한 눈에 찾아다닐 수 있게끔 서울 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 예술경영지원센터 각 역할을 지원하게 됐죠. 많은 분들이 한국 미술을 많이 보고 알고 갈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준비 중입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5선(16∼20대) 국회의원과 국회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제45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문화계 전문인사다. 첫 정치인 출신 위원장으로 주목받았으며 올해 예술위 50주년을 맞아 '아트포레스트 페스티벌'을 통해 범국민 예술 후원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