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6대 미션, 46개 과제 제시
산업부 "적극 검토해 정책 반영 노력"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정부가 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 첨단산업분야 인내자본을 형성해줘야 한다", "HR 카라반을 발족해 글로벌 각처의 우수인재를 발굴하고 파격적 정착 지원을 하는 등 레드카펫(최고 대우)을 깔아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 협력사가 함께 'AI기반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개별기업의 'AI 팩토리'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경제계와 산업연구기관이 80여명의 민간 전문가들과 10개월 간 고민한 '산업대전환 제언'이 18일 정부에 전달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이창양 장관)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극복하고 우리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작년 11월 산업대전환 포럼을 구성해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에 경제단체 4곳과 산업기술진흥원(KIAT),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산업연구원 등 전담기관·정부출연연구기관 3곳 등 민간이 참여해 투자·인력·생산성·기업성장·글로벌·신비즈니스 등 6개 미션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다.
6개 미션의 좌장은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투자, 전 산업부 장관),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인력), 김현석 삼성전자 고문(생산성),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기업성장), 이성용 아서디리틀 한국대표(글로벌),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신비즈니스)가 맡았다.
[서울=뉴스핌]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5월2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중견기업위원회 간담회에서 '산업대전환 시대, 중견기업의 성장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대한상공회의소 등 간사기관들은 제언배경에 대해 "우리 경제의 현 상태는 성장을 기대하기는커녕,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진국 추격형, 중간재·對中수출 위주의 성장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첨단산업분야 글로벌 각축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전략으로 '산업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정비가 필요한 분야로 ①투자·금융 지원 ②인재 확보 ③생산성 혁신 ④기업성장 촉진 ⑤대외전략 ⑥신비즈니스 발굴 등을 선정해 약 40여개의 프로젝트와 5개 신비즈니스를 발굴했다"고 덧붙였다.
◆ '투자지주회사 설립' '글로벌스탠다드 규제 준칙주의'
대한상의가 간사 역할을 맡은 '투자특국' 과제의 제언 요지는 정부가 글로벌 첨단산업 전쟁 전면에 나서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형태의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적‧장기적 투자를 수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첨단산업분야에 필요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금과 기업의 자금사정을 고려해, 기존 민간투자방식인 BTL 방식을 뒤집은 '리버스-BTL' 제도 시행도 건의했다. 리버스-BLT는 정부가 Fab을 준공 후, 소유권은 기업에게 양도하고 운영권은 기업에게 대여해 임대료를 받는 구조다.
경쟁국 대비 과도한 규제는 기업 요청과 함께 최우선 해소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규제 준칙주의'와 규제의 사후 조정으로 산업활동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산업영향평가 제도 도입'도 건의목록에 올렸다. '한국에만 있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한국형 Sector deal 시행' '노동규제 개선' 등의 제언도 포함됐다.
◆ '우수인재 레드카펫' '1인 1기능 시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산업기술진흥원이 간사 역할을 맡은 '인력' 분야에서는 글로벌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우수인재 레드카펫'(최고 대우)을 깔아줘야 한다는 제언이 담겼다. 이를 위해 'HR 카라반'을 발족해 전세계 우수인재 거점 지역을 찾아가 홍보하는 한편 해외 우수인재가 국내에 영구 정착할 수 있도록 신속 입국 지원 및 파격적 정주여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 분야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산업계 주도형 인력양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사내교육 기능 강화' '업종별 인재자원개발협의체(SC) 역량 강화' 등을 통해 대학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 인재를 직접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업종별 인재자원개발협의체는 산업별 업종단체, 대표기업, 관련학계,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되는 민간 주도의 인적자원개발 협의 기구다.
생산인구 감소 대응과 노동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기존 재직자들의 기능훈련을 강화한 '1인 1기능' 시대를 열어야 하며, '산업혁신인재'로서의 여성인력을 육성하고, 고숙련 은퇴인력 활용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Global Top Product 개발' 'AI 기반 공급망 프로젝트'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간사 역할을 맡은 '혁신부국' 과제의 제언 요지는 '제2의 반도체'와 같이 세계시장 1등 선점이 가능한 'Global Top Product'를 기업 주도로 개발해 국가 생산성 향상 견인이다. 업종별 선도기업, 대학, 연구소 등의 대규모 혁신역량을 결집해 기술·가격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급소기술'의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형 임무지향형 미션 R&D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해외기관과의 전략적 국제협력 R&D ▲시장성 있는 프로젝트의 사업화 지원을 위한 스케일업 R&D 등을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 글로벌 앵커기업이 속한 가전, 철강, 자동차, 이차전지 산업을 대상으로 대기업-중소·중견 협력사가 함께 생산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 활용을 통해 공정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AI기반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스마트 공장을 넘어서는 개별 기업의 'AI 팩토리' 구축 지원 등이 그 내용이다.
의료, 관광, 엔터 등 다양한 데이터의 연계·융합을 통한 서비스 혁신을 위해 '개방형 통합 데이터 플랫폼(데이터 튜브) 구축' '데이터 큐레이터 산업 육성' 등의 제언도 포함됐다.
◆ '성장 촉진형 인센티브' '성과 중심 지원체계'
'기업강국' 과제의 간사는 한국경제인협회가 맡았다. 유망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 제언의 골자다. 이를 위해 기업규모에 따라 역진적인 R&D, 투자 세액공제를 투자·고용 등 국가경제 기여도에 맞춰 제공하도록 개편하는 '성장 촉진형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또 보호 중심의 정부 예산지원을 성과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해 매출·수출 등 기업 성과가 우수한 사업은 지원을 확대하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단계적으로 일몰시키는 '성과 중심 지원체계'를 건의했다.
기업의 성장의욕을 꺾는 기업 규모별 차별규제를 전수 조사해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차별규제 철폐', 새로운 분야로의 기업 사업재편을 촉진하도록 기업활력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고 자금·기술·인력을 지원하는 '사업재편 지원강화'도 제언에 올렸다.
이외에 '혁신조달 10% 법제화' '실리콘밸리식 금융기법 확산' 등도 포함됐다.
◆ 'Be global, Go beyond, Lead standards' 전략 통해 K-산업 세계화
한국무역협회가 간사를 맡은 '글로벌 미션'에서는 글로벌 경쟁 격화 가운데 한국 스스로의 세계화(Be global), 글로벌 협력 확대(Go beyond), 한국 주도의 글로벌 규범 조성(Lead standards)을 통해 K-산업의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적 수준의 국내산업 인프라 조성을 위해 글로벌 최첨단 마더팩토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기술과 최첨단 설비를 통해 공정은 한국에서 운영하고 해외에 대량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형태를 뜻한다.
첨단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인재와 첨단기술이 우리나라에 모일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지역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던 기존의 협력 구도를 탈피하고 다변화된 해외진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기업 친화형 'K-산업단지'를 구축하고 ▲민관협력형 전략투자를 확대해 공급망 안정화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한국형 모델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미래산업 선도국으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데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신사업 못 담는 규제 공백 해소, 시장-기술-제도 동시 혁신
산업연구원이 간사 역할을 맡은 '신비즈니스' 분야의 제언 요지는 민간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부가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제도 혁신을 해달라는 것이다.
제도 혁신은 신비즈니스 창출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있지만, 기존 제도에서 담을 수 없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제 공백을 해소하는 것도 포함한다. '타다' 사례에서 보았듯이, 민간의 신비즈니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규제(제도) 리스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해당사자 간 충돌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제도를 혁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더 건강하고, 더 편리하고, 그리고 더 깨끗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수요)와 관련된 영역에서 새로운 유망 비즈니스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들을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비즈니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조성하는 것이 결국 우리 산업대전환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신산업 지형에서 경쟁력 있는 신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공공부문을 지렛대로 한 초기시장 창출 ▲기술 혁신에 기반을 둔 디지털·그린화된 공급 구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 등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책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식도 정책 담당자의 성과와 인센티브에 연동할 수 있게 대전환해 달라고 제언했다.
민간 기관 및 좌장들은 정부에 전달한 '산업대전환 제언'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제언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