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커진 기업메시징 시장..."통신사 박리다매식 영업"
시스템 통한 필터링에도..."타인명의로 감시망피해"
불법스팸과 넘쳐나는 광고문자로 사회적 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정부는 불법스팸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관련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광고문자의 홍수 속 불법과 편법 사이를 오가는 스팸문자의 현주소와 해법 등을 3회 기획을 통해 살펴본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통신사 영업사원 A씨. 몇 개월 전 회사 동료로부터 광고 문자 발송서비스 사업을 하는 대표 B씨를 소개받았다. B대표는 스팸 전송을 위해 '고객' 리스트를 확보하고 이들을 상대로 대량으로 투자 권유 문자를 보내는 일을 한다.
광고문자 수신 미동의 고객을 상대로 투자권유 스팸만 보내면 통신사에 걸릴 것을 대비해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대리운전이 등과 같은 곳의 광고 문자 전송 일도 하는 한편 스팸문자를 살짝 끼워 넣는 방식으로 통신사 스팸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9월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통신업계 의견 청취를 위해 이동통신3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이동관 위원장은 이통3사 CEO에 불법스팸 차단 등을 당부했다. [사진=뉴스핌DB] |
A씨는 "광고문자 1건당 단문은 8원, 장문은 26원식으로 1건당 단가는 낮지만, 이런 업자들은 10만 건씩 기업 메시징 계약을 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고객"이라며 "KT나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들은 직접 영업을 하고 망을 가지고 있어 경쟁사들보다 단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고, 특히 KT는 지사들끼리도 기업 메시징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불법스팸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통신사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통해 불법스팸이 전송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망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경쟁력을 앞세워 직접 영업을 하고 있어, 불법스팸 시장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진다.
방송통신위원회 스팸유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 KISA에 신고 접수되거나 스팸트랩시스템에 탐지된 문자스팸 총 798만8000건 중 96%가 대량문자발송서비스로 나타났고, 국내에서 발송된 문자스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자는 KT(32.9%)로 나타났다. 이어 다우기술(31.4%), 스탠다드네트웍스(18.2%), 젬텍(10.1%), LG유플러스(5.9%)순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메시징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이 늘며 볼륨 자체가 커졌는데, 정상화 이후 시장 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KT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박리다매식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 KT의 기업메시징 영업활동으로 스팸업자가 붙기 쉽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5월 KT와 LG유플러스는 저가 기업메시징 서비스로 2015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수십억원대 과징금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정위는 2015년 KT와 LG유플러스에 기업고객에게 기업 메시징 서비스를 저가로 판매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했다며 KT와 LG유플러스에 각각 20억원, 44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사 측은 불법대출, 도박, 약물 등 명확한 불법적 키워드가 담긴 불법스팸은 시스템 필터링을 통해 걸러내고 있지만, 타인 명의를 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업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경우 현실적으로 불법스팸업자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팸발송 이력이 있을 경우 기업메시징 서비스 가입을 안 받긴 하는데, 만약 이들이 와이프 등 타인의 명의로 가입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름만 보고 이들을 거르기는 힘들다"면서 "문자 메시지도 전송되기 전엔 어떤 내용인지 사전에 검토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통신사들은 본인들의 이익과 연결돼 불법스팸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있지 않을 뿐, 양심적으로 하는 업체들은 수치적으로도 불법스팸을 제대로 걸러내고 있다"면서 "불법스팸에 대해 통신사가 눈감고, 정부 처벌도 약해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