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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AG 리뷰] 뿌린대로 거둔 수영... 힘 못쓰는 격투 종목

기사입력 : 2023년10월08일 01:04

최종수정 : 2023년10월08일 23:06

추락한 농구, 배구... 희망 쏜 육상, 다이빙
세계를 든 북한 역도, 강자로 떠오른 인도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아시아 대륙의 스포츠 축제가 막을 내렸다. 16일간의 열전 속 금메달 483개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16일간 항저우를 밝힌 성화는 8일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날 오후 9시에 치러지는 폐회식은 항저우 조직위원회가 2026년 20회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일본 아이치·나고야 조직위원회에 대회기를 이양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메달 종합 3위에 올랐다. 불모지에서 금밭이 된 한국 수영의 약진이 주목을 끌었다. 금메달 6개을 딴 수영은 뿌린만큼 메달을 수확했다. 오랜 시간 효자였던 격투 종목의 부진은 여전했다. 중국의 집안 잔치에 일본은 팔짱끼고 지켜봤고 인도는 강자가 되어 나타났다. 1년 지각해 치러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남긴 걸 무얼까.

◆ 뿌린대로 거둔 수영

한국수영은 '박태환 키즈'라는 비옥한 토양에 피와 땀을 투자했다. 14종목에서 한국 신기록 14개, 금메달 6개라는 결실을 맺었다. 지유찬(남자 자유형 50m), 백인철(남자 접영 50m)이라는 깜짝 스타를 배출했다. 김우민은 3관왕에 오르며 한가위를 밝혔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우민이 지난 29일 열린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9.29 psoq1337@newspim.com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지유찬이 지난 25일 열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5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09.25 psoq1337@newspim.com

황선우는 '황금세대의 선봉장'답게 6개 종목에서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계영 800m와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혼계영 400m와 계영 4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자유형 100m와 혼성 혼계영 800m에서 동메달을 보탰다. 한국 수영은 메달 22개(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따 수영 경영에서 단일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을 남겼다. 육상만큼 메달이 많이 걸린 수영의 역영은 큰 수확이다.

◆ 힘 못쓰는 격투 종목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는 금메달 5개를 수확했다. 태권도를 제외한 격투 종목인 레슬링, 복싱, 유도는 전통의 메달밭에서 메달 불모지가 됐다. 세대교체 실패 등 악재 속에서 이번 대회에서도 힘을 못썼다. 레슬링, 복싱, 유도 3종목 통틀어 금메달은 달랑 1개다. 유도 김하윤이 없었으면 빈손이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하윤이 지난 26일 열린 유도 여자 78㎏ 이상급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기뻐하고 있다. 2023.9.26 psoq1337@newspim.com

여자 78㎏ 이상급 김하윤이 부상 투혼으로 한국 유도를 '노골드' 벼랑에서 구했다. 레슬링은 '간판'이 모두 무너졌다. 노장 투혼만으론 역부족이란 걸 실감했다. 남녀 3개 종목 18명이 출전해 달랑 동메달 2개다. 한국 레슬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다. 은메달도 따지 못한 건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무려 57년 만이다. 복싱도 남녀 13명이 링에 올라 동메달 1개에 그쳤다. 92㎏급 정재민이 딴 유일한 복싱 메달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복싱 남자부에서는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헝그리 정신'으로 4년간 뿌린 땀을 매트와 링에서 '눈물의 메달'로 보상받던 장면은 추억의 흑백필름만큼 아련하다.

◆ 추락한 농구와 배구

인기 종목 축구는 일본을 누르고 3연패를 달성했다. 야구도 대만을 꺾고 4연패를 이뤘으니 잘했다. 금메달 11개짜리와 9개짜리를 우승했으니 신난다. 하지만 야구는 예선에서 늘 한 수 아래로 보던 대만에 영봉패 당한 건 씁쓸하다. 사회인 야구단으로 꾸린 일본엔 진땀 빼며 이겼다. 축구, 야구와 더불어 연봉 높은 프로선수가 나선 농구와 배구는 무척 실망스럽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하윤기(왼쪽)가 지난 30일 열린 남자 농구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 선수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2023.9.30 psoq1337@newspim.com
세자르 곤잘레스 감독이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8강리그 중국과 경기 중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남자 농구는 4강에도 못 들고 일찍 짐을 쌌다.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다. 여자는 북한을 누르고 동메달을 땄지만 17년 만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남녀 배구는 충격이다. 남자는 인도와 파키스탄에도 무릎꿇고 아시아 변방으로 밀려났다. 17년 만에 금메달을 딴다는 출사표는 '금빛 신기루'였다. '날개 잃은' 여자 배구는 예상된 추락이었다. 베트남에 '리버스 스윕패'를 당하더니 중국에 셧아웃 당해 역시 17년 만에 '노메달' 굴욕을 맛봤다. 높은 인기와 몸값에 비해 성적이 초라하다. 어떤 종목이든 세계 트렌드를 공부하고 세계와 교류하면서 전력 분석 능력까지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충고를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 믿었던 핸드볼의 부진

구기 종목 중 핸드볼은 아시안게임 때마다 '떼논 금메달'이었다. 지난해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며 파리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한국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여자 핸드볼이 정식 종목이 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올해가 최초다. 여자가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2010년 광저우에서는 남자가 우승했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일본선수들이 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결승전에서 한국을 이기고 기뻐하고 있다. 2023.10.5 psoq1337@newspim.com

이번 대회에서 남자는 4강에도 들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은 결승에서 2진으로 꾸린 일본에 10점차 충격의 대패를 당했다. 8월 일본에서 치른 파리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1점차로 이긴 일본에게 2개월 만에 참패당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이 일본에 진 건 13년 만에 처음이다. 남자 핸드볼은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는 파리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했지만 남자는 파리 가는 길이 험난하다.

◆ 열정으로 희망 쏜 다이빙, 육상

육상과 다이빙은 메달밭이다. 한국 다이빙과 육상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이긴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한국 다이빙은 우하람, 이재경, 김수지를 앞세워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얻었다. 역대 단일 아시안게임 최다인 메달 6개를 수확했다. 10개의 금메달 등 16개의 메달을 휩쓴 중국에 이어 메달 순위 2위다. 말레이시아가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로 메달 순위 3위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고승환이 3일 열린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3위로 골인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0.3 psoq1337@newspim.com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태희가 지난 29일 열린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3위에 오른 뒤 태극기를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2023.9.29 psoq1337@newspim.com

육상에선 의미있는 메달과 기록이 나왔다. 이정태, 김국영, 이재성, 고승환이 이어달린 남자 400m계주팀은 38초74 한국 최고 기록 타이로 37년 만에 '천금같은 동메달'을 땄다. 16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한국 최고 스프린터' 김국영은 '마지막 댄스'를 추고 눈물을 흘렸다. 우상혁은 높이뛰기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르심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스마일 점퍼'는 "이젠 파리서 이길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낭랑 18세' 김태희는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64m14를 던져 처음 참가한 성인 국제대회에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 여자 해머 사상 첫 메달을 딴 김태희는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육상 48개 종목에서 한국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지만 희망을 쏘아올렸다.

◆ 새 역사 쓴 북한 여자 역사

5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한 북한은 여자 역도에서 초강세를 보였다. 특히 여자 역사(力士)들은 세계 역도의 새 역사(歷史)를 썼다. 출전한 5개 출전 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들어올렸다. 49kg급 리성금, 55kg급 강현경, 59kg급 김일경, 64kg급 림은심, 76kg급 송국향이 포디움 맨위에 섰다. 여기에 세계신기록도 3개를 갈아치웠다. 북한 남자 역도 선수들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리성금이 지난 30일 열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49㎏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울고 있다. 2023.9.30 psoq1337@newspim.com

5년 공백의 베일을 벗은 북한 스포츠의 성적은 예상보다 좋았다. 금메달 11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를 합쳐 39개의 메달을 따 자카르타·팔렘방 때 획득한 36개 메달(금·은·동메달 각 12개)을 넘어섰다. 북한은 5년 전 대회에서 역도에서만 금메달 8개를 수집해 종합 순위 10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역도에서 금메달 6개를 휩쓸고 여자 기계체조(2개), 복싱과 사격에서 각각 1개씩의 금메달을 캐내 종합 10위를 유지했다. 북한의 성적은 나빠지지 않았지만 선수단의 매너는 나빠졌다. 취재진의 질문엔 일관되게 입을 다물었고 포디움 위에선 웃지 않았다. 5년 전 단일팀을 이뤄 화기애애했던 남북한 선수들의 분위기와 달리 시상대 위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냉담했다. '신냉전' 국제 정세 속 경색된 남북관계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강자로 떠오른 인도

중국은 안방에서 치른 이번 대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200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은메달 111개, 동메달 71개로 모두 382개를 쓸어담았다. '중국 운동회'를 방불케했다. 한국, 일본이 어느 정도 활약해 예전처럼 '한중일 대회'처럼 치러진 가운데 14억 인구 인도의 부상은 이채롭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인도 남자 하키대표팀이 6일 남자 하키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5 psoq1337@newspim.com
컴파운드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인도 대표팀. [사진 =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인도는 금메달 28개, 은메달 38개, 동메달 41개로 종합 순위 4위에 올랐다. 사상 첫 금메달 20개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사격에서 7개, 육상에서 6개, 양궁에서 5개를 수확했다. 컴파운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하며 양궁 종합 순위서 한국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도가 역대 단일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최다 금메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때의 16개였다. 괄목 성장이다. 초대 아시안게임 개최국이었던 인도는 1951년 뉴델리 대회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상위권이었다. 중국에 버금가는 14억 인구와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3년 뒤 일본에서 열릴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 강건너 불구경한 일본

중국의 집안 자랑에 일본은 관심이 없었다. 일본올림픽위원회는 "우리는 이번 대회 금메달 몇 개를 따겠다는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 종목별 상황에 따라 체조나 육상 등은 2진급 선수들을 보냈다. 레슬링도 1.5군급 선수들이 출전했다"고 밝혔다. 수영, 탁구등 일부 종목만 1진 선수들이 출전했다는 것이다.

[항저우 로이터 =뉴스핌] 박상욱 기자 = 북한을 꺾고 우승한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이 6일 여자축구 결승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6 psoq1337@newspim.com

일본 언론 역시 항저우에 많은 인력을 보내지 않았고 취재 열기도 미미했다. 일본은 '아시아 동네 운동회'보다 내년에 열리는 '파리 세계운동회'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아시아 1등보다 서구와 상대해 세계 1등을 하겠다며 아시안게임을 강건너 불구경한 셈이다. 금메달 후보만 엄선해 출전시킨 한국과 중국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힘 빼고 덤빈 일본은 금메달 52개, 은메달 67개, 동메달 69개로 종합 2위에 올랐다. 한국보다 금메달이 10개 많다. 대한체육회의 고백대로 일본은 최근 많은 종목에서 한국을 앞서는 게 확실하다.

◆ 인기 종목 TV중계 편식 여전

이번 대회는 지상파 3사, TV조선, 스포티비 5곳에서 중계했다. 채널은 5개로 늘었지만 인기 종목에 편중된 중복 방송은 여전했다. 축구, 야구 한국대표팀이 경기할 때는 우르르 몰려 중계했다. 비인기 종목 중계 외면은 반복됐다. 한국선수의 메달 유력 종목에만 매달리는 것도 여전했다.

한국과 중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결승전 모습. [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이번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비인기 종목인 하키, 럭비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거의 볼 수 없었다. '페이커' 이상혁의 출전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일부 방송을 생중계했다. 인기없고 생소하지만 참신하고 특이한 종목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대회조직위가 중계 제작을 외면해 대회 첫날 근대 5종 개인, 단체 석권 모습을 보지 못한 점도 아쉽다.

psoq133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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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뒤흔든 맘다니 돌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빨리 뉴욕에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뉴욕 인근에 사는 지인들과의 모임 도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저녁 자리 화제의 중심은 단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였다.'뉴욕 파트타임' 얘기도 맘다니 덕분에 나온 농담이다.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4만 600원 정도다.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 시급은 16.50달러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 뉴욕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전제는 달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공약임은 분명하다. 비단 이날 모임뿐 아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맘다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어디서든, 누구와든 맘다니 얘기를 꺼내면 10분~20분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맘다니의 등장 자체가 뉴욕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자 파격이다.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 시장 자리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서울 시장급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중심지다.  이런 뉴욕의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과 33세라니. 그것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인도계 무슬림이다. 더구나 그는 26살이 되던 2018년에야 뒤늦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투표권을 받았다. 맘다니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저소득층 주택 압류 방지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20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선출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다. 시쳇말로 '듣보잡' 수준이다. 예전 같았으면 뉴욕 시장 후보에 명함도 못 내밀 커리어다. 그런 맘다니가 불과 몇 개월의 선거 운동으로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그것도 뉴욕 주지사 3선에, 한때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당내 유력 인사와 후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그야말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트립 양은 뉴욕타임스(NYT)에 "현대 뉴욕시 역사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맘다니는 1일 발표된 민주당 3차 경선 결과 과반이 넘는 56%를 득표했다. 이로써 그는 당당히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뉴욕은 아직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뉴욕 시장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이제 '맘다니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숱한 전문가들은 아직 맘다니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맘다니의 민주당 경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급진적인 공약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실제로 급진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릴 만하다. 시내버스 무임승차, 0세부터 5세까지 무료 보육 및 유치원 교육 실시, 뉴욕시 관리 아파트 임대료 동결, 값싼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 재정 대책이 없다는 질타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운동에 가담했다. 뉴욕과 민주당의 돈줄을 쥔 유대인들의 거부감도 크다.  민주당 주류와 온건그룹에선 벌써 부담스러운 티를 낸다. 너무 과격해서 중도층 이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온건 성향의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쿠오모 전지사나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독립 출마 형태로 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찌감치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색깔론 공세에 더해 민주당 측 후보 난립을 잘 이용하면 뉴욕 시장까지 손에 쥘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에 탑승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정치판의 셈법과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맘다니가 11월 4일 선거에서 뉴욕 시장에 당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월가 금융기관에서 오래 기간 일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다니의 한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좀 달랐다.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줄곧 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유를 물으니, "뉴욕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물가가 미쳤다. 부자들은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단순 사무직은 열심히 일해도 렌트비, 교통비, 식료품비 내기에도 너무 벅차다. 내게 이념은 크게 상관없고, 누구라도 이 힘든 생활에 도움을 준다면 표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맘다니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적힌 슬로건이 새삼 머릿속에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의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시장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였다. 맘다니는 얼마전 NBC 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 트럼프의 언급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나는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대선 운동 기간 약속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들을 배신해왔다"라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서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일꾼임을 드러내는 패기와 영리함이 번뜩이는 발언이다. 그래서 맘다니가 이념 프레임의 덫에 갇히지 않고, 뉴욕 시민의 민생과 민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21세기에도 팍팍안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노동자 계층과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문법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사건'이 될 수 있다.  맘다니 열풍과 논란이 뉴욕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증폭되고 변모하면서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2025-07-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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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 추방도 검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추방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또 한 번 수위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감세·재정 법안을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해 정치적·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한번 살펴보겠다(I don't know, we'll have to take a look)"고 답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전기촤 의무화 폐지에 매우 화가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트럼프는 전기차 강제 규정을 "바이든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는 "나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하이브리드도, 언젠가는 수소차도 원할 수 있다"며 "다만 수소차는 터지면 5블록 떨어진 데서 시신을 찾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추방' 발언이 담긴 클립이 퍼지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이걸 더 키우고 싶어 죽겠지만, 지금은 참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논란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법(OBBBA)'을 "완전히 미치고 파괴적 법안"이라며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라며, 정부효율성부(DOGE)가 머스크의 보조금 수혜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보조금이 없으면 로켓 발사도, 전기차 생산도 못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계약 중단이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세금안 반대뿐 아니라 "새로운 정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선 기간부터 이어온 트럼프와 머스크 간 '브로맨스'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7-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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