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깬 외부인사
사내이사 임기 만료 앞둬
파격 인사 이후 '첫 평가'될 듯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롯데그룹의 쇄신 인사 가능성 속에서 '비(非)롯데맨'인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뤄지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외부인사를 발탁한 데에 따른 평가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달 혹은 부산엑스포 유치가 결정된 이후인 12월에 임원인사를 낼 전망이다.
임원인사를 앞두고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대표는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2022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선임돼 그해 2월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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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정준호 롯대백화점 대표이사.[사진=롯데쇼핑] |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순혈주의 타파'였다. 홈플러스 출신인 김상현 부회장은 외부인사로는 처음으로 롯데의 유통 사업군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정준호 대표도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이지만, 이례적으로 롯데쇼핑의 핵심사업부인 백화점사업부를 맡았다.
롯데그룹은 모태인 유통업만큼은 '순혈주의'를 지켜왔다. 하지만 당시 임원인사 직전 롯데쇼핑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3.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실적 부진이 심각해지자 신동빈 회장이 외부인사 발탁이라는 충격요법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 임원인사는 롯데쇼핑이 43년 만에 내부 발탁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발탁한 데 따른 평가적 성격을 나타내는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현 부회장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지난달 이례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경영자(CEO) IR 데이'를 열고, 직접 롯데쇼핑의 미래 청사진에 관해 설명했다. 롯데쇼핑이 CEO IR데이를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6대 핵심 전략을 공유하고, 롯데쇼핑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2026년까지 각각 17조원, 1조원 규모로 끌어 올려 '쇼핑 1번지'의 위상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는 "올해는 수익성과 효율성 개선에 집중했다면 내년은 고객중심의 가치를 우리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삼고, '고객의 첫 번째 쇼핑목적지'가 되는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결과로 CEO IR데이가 열린 지난달 19일 롯데쇼핑의 주가는 전일 대비 2800원오른 7만5800원에 마감했다. '주가 관리'는 지난해 7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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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전경.[사진=롯데] |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대표는 단일 점포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아성에 도전하며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점포 수가 가장 많은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개별 점포에서는 2017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에 대표 자리에 오른 직후 그는 "1등 백화점을 강남에서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매출 2조 점포로 키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뒤를 쫓고 있다.
작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해 대비 21% 오른 2조59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올해 매출 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함께 '3조 클럽'에 입성할지가 관건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업황이 안 좋은 건 기업을 막론하고 업계 업계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인 만큼, 신세계그룹에 이어 롯데그룹도 대대적인 쇄신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