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중앙지법 1차 공판
金, 114억 횡령·842억 배임 등 혐의
檢, "자금사용처 등 밝히면서 혐의 입증할 것"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측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아들의 이익을 위한 재산관리라는 김 회장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죄가 성립한다고 받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과 처남인 김성규 총괄사장 등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수의를 입은 김 회장은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5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5.11 mironj19@newspim.com |
이날 오전 검찰은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공소사실 요지를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그룹 계열사인 칸인베스텍코리아, 이화전기공업, 이트론, 이아이디 등에 가족을 허위 고문으로 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회사 자금을 허위 회계처리하는 방식으로 결혼식 비용, 고급 주택매수·관리비용 등 1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5~2017년 이화전기 발행 신주인수권증권과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저가에 매도하게 해 회사에 187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2018~2021년 계열사들이 김 회장 소유의 주식을 시가보다 고가에 매수하게 하는 등 총 842억원의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15~2016년 허위공시를 통해 이화전기의 주가를 상승시킨 후 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7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김 총괄사장과 공모하여 차명계좌 등을 이용해 김 회장의 증여세 및 양도소득세를 포탈하고 김 회장의 체납세금 267억원에 대한 면탈 목적으로 재산을 국외에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김 회장이 그룹 내 계열사 지배구조를 변경하고 아들과 아내, 처남 등 가족 명의로 재산을 은닉하고 조세를 포탈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0억원, 추징금 3억1500여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검찰의 전제는 피고인의 아들과 처남 등 명의로 된 자산이 모두 피고인 김영준의 차명재산이라는 것"이라며 "피고인이 오랫동안 그룹 회장으로 경영해왔고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회사의 다양한 의사결정에 관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의 아들과 처남 명의로 된 자산은 모두 본인들이 보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김영준이 이화그룹 회장으로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아들 등 가족들의 이익을 위해 주식거래에 관여하는 등 재산을 관리해준 사실을 있지만 모두 피고인 김영준의 차명재산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아들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라고 해서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증거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자금사용처 등을 밝히면서 혐의를 입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김 회장은 지난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