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라면·우유·빵 등 책임자 지정...물가 관리 강화
"이미 가격 내리고 인상폭 최소화"...식품업계 '당혹'
'물가 안정' 추가 압박 나올까...업계 예의주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정부가 11년 만에 '빵국장'을 다시 소환하며 물가잡기를 위한 고강도 압박에 나선 가운데 식품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원가 급등에도 인상 폭을 최소화한데다 심지어 가격 인하까지 단행한 업체들은 "더 관리할 것이 있느냐"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 농림식품축산식품부는 과자·라면·설탕·아이스크림·우유·커피·빵 등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7개 품목 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다. 라면과 빵, 과자 등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할 TF를 별도로 구성, 7개 품목별 담당자를 추가 지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자코너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이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물가안정 책임제를 시행했던 것과 비슷한 대책이다. 이 전 대통령은 19대 총선을 석달 앞둔 2012년 1월 국무회의에서 생활 물가 품목별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물가관리 책임 실명제 도입을 주문한 바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둔 윤석열 정부가 11년 만에 책임자 집중 관리를 통한 물가 통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물가 통제 방침에 식품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올 초부터 식품가를 향해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해온 정부가 연말을 앞두고 초강수 물가안정책을 다시 내놨다는 평가다.
이날 식품업체들은 한목소리로 "당장 가격인상 계획이 없고 인상할 분위기가 아니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가격 동결 또는 최소폭 인상, 심지어 가격 인하로 대응해왔던 업체들은 '더 관리할 것이 있느냐'며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빵국장, 라면과장 등 책임자를 지정한만큼 추가적인 물가 압박 요구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이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지만 원가부담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가격 인하도 단행한 상황에서 특별 관리를 한다고 하니 추가적인 요구가 나오는 건지 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주요 라면, 스낵, 제과업체들은 정부의 물가안정 요청에 따라 제품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국제 밀가격 하락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관련해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내렸고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도 제품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또한 스낵과 비스킷의 가격을 인하했고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역시 같은 달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우유 원유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일제히 제품가격을 올린 유업체들은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우윳값 인상국면에서 제조사와 유통사에 묶음판매 등을 활용한 소비자 부담 완화책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업체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요구에 따라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며 추가적인 할인 판매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우유의 영업이익은 1% 수준"이라며 "이번 가격인상을 최소한도로 제한했기 때문에 사실 묶음판매, 할인판매의 여지가 있는 가격대는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특별관리 품목으로 지목된 '커피'업계도 고민이 깊다. 국제 커피 가격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다 최근 우유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 요인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4년 사이 커피 원두 가격이 2~3배 가량 올랐고 당장 우유 가격도 인상돼 부담이 적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부담을 흡수하고 있지만 인상요인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