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대성 한미약품 디지털팜 최고운영책임자
50주년 맞아 디지털 영역 적극적 전략 수립
비만치료제 미충족 수요 디지털 치료기기로 보완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 영역에서 신약과 디지털 치료기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해 새로운 패키지로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두 치료제를 병행해서 개발하는 사례가 없는 만큼 임상에 성공할 경우 한미약품이 국내에서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약품은 현재 시장에서 협력할 스타트업을 물색 중이다.
지난 22일 뉴스핌과 만난 경대성 한미약품 데이터사이언스팀 이사는 "디지털 치료기기(DTx)를 개발할 때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와 함께 임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과 디지털 치료기기를 융복합 모델로 개발한 후 추후 패키지로 처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디지털 치료기기를 단독으로 개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이 독자적인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한미약품이 디지털 전략을 구체화하게 된 건 올해 50주년을 맞이해서다. 지난 7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R&D', '글로벌', '디지털' 3개의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중장기 성장동력을 발표했다. 이후 9월에는 비만 예방부터 치료까지 담당하는 'H.O.P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신약 5종에 '디지털 치료기기'를 포함시켰다. 제약산업에서 점차 커지는 디지털 영역을 한 축으로 다루기 위함이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30년 173억4000만 달러(한화 22조4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인 제약 시장을 넘어서는 수치다.
경대성 한미약품 이사·디지털팜 최고운영책임자 [사진=한미약품] |
경 이사는 비만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를 디지털 치료기기로 보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경 이사는 "시장에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알려지지 않았을 뿐, 높은 효능을 가지면 이에 상응하는 부작용도 수반된다"고 예상되는 한계를 짚었다. 신약의 근본적인 문제를 디지털 치료기기에서 제공하는 식단, 운동 등 관리로 해결한다는 것.
한미약품이 비만 신약과 디지털 치료제를 출시하는 시기가 비슷한 만큼 그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국형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달 비만 치료 목적으로 임상3상 계획을 승인받아, 2027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개발 기간이 3~5년에 불과하고 임상 비용도 100억원에서 200억원에 불과한 만큼 한미약품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경 이사는 디지털 치료기기야말로 전통제약사들이 승부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 최근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에 강점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으나 판매를 위해서는 제약사들의 노하우가 필수적이라는 것. 디지털이 생소한 분야인 만큼 영업마케팅에서 의사들과 몇십년간 네트워크를 쌓은 제약사가 유리하다.
다만 성공을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KT와 함께 디지털치료제·전자약 전문기업 '디지털팜'에 합작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개발자, 의학적 자문을 하는 의료인, 임상 및 인허가에 대응하는 팀을 포함하고 있다. 치료기기가 출시되면 한미약품과 KT는 각각 종합병원 영업 및 B2C를 도맡는다. 각자의 영역에서 강점을 살려 투자한 셈이다.
경 이사는 "자동차 산업도 처음에는 자체 개발 용역이 없으니 일본이나 미국 차를 조립하거나 직수입해서 판매했을 것"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하나의 산업군이 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비만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질병으로의 파이프라인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 이사는 "디지털팜에 있는 아이템과 너무 똑같은 것만 아니면 한미약품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며 "다양한 스타트업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정보는 기본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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