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첫 시리즈물 작업이었는데 호랑이 등에 탄 기분이었어요. 영화랑 달라서 예측이 안 되더라고요. 그만큼 흥미로운 경험이었죠."
티빙이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을 공개했다.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연쇄살임마(유연석)을 태우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된 이번 작품에서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운수 오진 날' 필감성 감독 [사진=티빙] 2023.12.14 alice09@newspim.com |
"공개된 후에는 일단 후련해요(웃음).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기분 좋고요. 저희가 의도했던 대로 반응이 나오고 있고, 배우들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고무적이라 생각해요. 이번 작품은 택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이자 서스펜스에요. 이걸 10부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제겐 도전의식도 있었고요. 모두가 익히 아는 택시라는 공간에서 두 사람의 감정 대결을 어떻게 10부까지 끌고나갈지에 대한 것은 제 몫이었는데, 제가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죠."
이번 작품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운수 오진 날'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2화부터 시작이다. 초반 분위기는 밝지만,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초반은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요. 오택이 돼지꿈을 꾸면서 희망찬 분위기를 연출하죠.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하나도 안 무섭다고 하면서 끌여들였다가, 막상 들어오면 문을 잠그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위기를 드러내잖아요. 저희 역시 그런 의도가 있었어요. 진입장벽을 낮춘 거죠. 하하. 활기찬 아침으로 시작해서 무서운 게 아니라는 걸 연출하다가 2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운수 오진 날' 필감성 감독 [사진=티빙] 2023.12.14 alice09@newspim.com |
다수의 스릴러 작품은 연쇄살인마와의 추격적은 벌이기 위해 광활한 곳을 장소로 삼지만, '운수 오진 날'은 택시라는 제한적인 공간이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해 더욱 높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저희 작품은 택시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어요. 기쁨의 공간으로 시작해 점점 최악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폐쇄공포를 표현해야만 했거든요. 그러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의 촬영이 필요했어요.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도 촬영을 했고, 그린 매트도 사용하고 도로 주행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아요. 각기 다르게 촬영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이 안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질감이 없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죠. 특히 졸음쉼터에서 발행하는 살인사건은 표현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실제 졸음쉼터에서 찍으면 스모그를 뿌리는 즉시 사라지거든요. CG로 표현하자니 전조등에 비치는 안개가 흐르지 않고. 고민을 하다 세트 촬영을 했는데, 너무 안정적으로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해요(웃음)."
작품에는 오택과 금혁수(유연석)과 얽히고설킨 관계가 있다. 그리고 후반에는 연쇄살인마 정체에 대한 반전까지 있다. 딸을 구하기 위해 금혁수의 밀항을 성공시켜야 하는 오택과, 아들 죽음에 대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금혁수를 추격하는 황순규(이정은)까지. 이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필 감독의 몫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운수 오진 날' 필감성 감독 [사진=티빙] 2023.12.14 alice09@newspim.com |
"원작에 흥미로운 설정이 많았지만, 오택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가 많지 않았어요. 저희가 각색을 통해 오택의 서사나 캐릭터성을 많이 부여했죠. 황순규도 원작에는 없는데 새롭게 만들어서 에너지를 넣고자 했고요. 황순규는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남자였어요. 그런데 오택의 부성애와 겹칠 것 같아서 여성으로 바꾸게 됐죠. 결말 또한 바꿨는데, 요즘 검색만 해도 원작의 결말이 어떤지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금혁수에게 또 다른 이름을 부여한 게 저희 작품의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하고요."
필감성 감독은 2001년 영화 '무사' 연출로 시작해 2021년 황정민 주연의 '인질' 감독과 각본을 맡으며 새로운 액션 스릴러를 선보였다. 그리고 차기작이 '운수 오진 날'로, 이는 그의 첫 시리즈물 연출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간 내에 밀도를 올려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데, 시리즈는 다르더라고요. 예측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항상 호랑이 등에 탄 기분이더라고요.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촬영 분량도 달라서 자칫 잘못하면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겠구나 싶었어요. 드라마 만드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웠고요. 하하. 영화는 점차 러닝타임이 짧아지고, 한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선보이기가 어려운데 시리즈는 그 캐릭터의 흥망성쇠나 스펙트럼을 잘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너무나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운수 오진 날'은 파트1, 2를 나누어 공개했는데 파트1을 보신 분들이 오택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평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만큼 이성민 선배가 연기를 잘하셔서 그런 평이 오는 거라 생각해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그런 답답함과 딜레마를 조금만 견뎌주신다면 파트2에서는 아마 속 시원한 전개가 펼쳐질 거예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