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00만원 추가 수수 확인·곽병채 공범 인정"
곽상도 "앞으로 차근차근 누명 벗어나려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관련 1심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곽상도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이 19일 시작됐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을 뇌물 혐의 공범으로 봐야한다는 주장과 늘어난 뇌물수수 액수를 담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등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등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곽 전 의원과 김씨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달 23일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청탁 대가로 5000만원을 두 차례 교부받았다는 내용과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뇌물수수의 공범이라고 주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앞서 곽 전 의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정치자금 5000만원을 불법 수수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검찰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남 변호사로부터 추가로 5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곽 전 의원 측 변호인은 "검찰은 지금까지 현출된 적 없는 5000만원 수수 범행을 공소사실에 추가하고 죄목도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에서 특경 알선수재 혐의로 구성했다"며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바꾸면서까지 공소장 변경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이다. 이는 검찰 스스로도 당심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이 추가한 공소사실은 기존의 공소사실과 일시, 장소, 방법, 내용, 동기 등이 모두 별개에 해당한다"며 "즉, 포괄일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은 불허함이 지극히 타당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아울러 "변호인은 1심 공판 내내 곽병채를 공범으로 보는 것이냐는 석명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검찰은 곽상도만 단독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도 곽병채를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은 계속해서 기존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하던 아들 곽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명목의 뇌물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5 pangbin@newspim.com |
검찰은 "1심에서 곽병채를 공범으로 보지 않았다는 주장은 당시 곽병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상황이었을 뿐"이라며 "이후 추가수사를 통해 수집된 증거들로 곽병채가 공동정범이라는 것이 입증돼 기소를 하게 된 것이다.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곽병채를 공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고 실체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5000만원이 아닌 1억원을 교부받았다는 부분 관련해서도 "곽병채에 대한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 경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5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한 사실도 확인됐다"며 "수수자와 방식이 동일하고 수수행위에 이르게 된 근원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며 기존 5000만원 수수 범행 부분과 포괄일죄에 해당하므로 공소장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고 준비절차를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2월 6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법정에 출석한 곽 전 의원은 재차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곽 전 의원은 "저는 이 사건 관련 검찰 수사만 1년 2개월간 받았다. 저와 제 처, 아들, 딸의 주거지, 사무실 등을 뒤지고 하나은행, 산업은행, 화천대유 관계자들의 핸드폰, 컴퓨터 등을 전부 압수수색했지만 검찰은 제가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화천대유 관련해서 말 한마디 한 어떠한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신 의미있는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됐다"며 "김만배와 신학림의 허위 인터뷰 보도가 공개됐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제가 아닌 이경재 변호사에게 하나은행 관련 부탁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면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이탈을 막았다는 공소사실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정원 댓글사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감찰 등을 언급하며 "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찰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한번도 없다"며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와 수사를 받는 이런 상황에서 제가 김만배에게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행될 재판을 통해 차근차근 누명을 벗어나보려 한다"며 "재판부께서 너그러운 눈으로 봐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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