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대형 입시업체 '일타강사' 문제집에 포함된 영어 지문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출제된 것에 이어 같은 시기 제작된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해당 경위 등에 대해 감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도 수능 문항 출제와 교육계를 둘러싼 유착 의혹을 밝히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해당 지문은 2022년 11월 시행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다. 베스트셀러 도서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것으로 당시 국내에는 출판되지 않았다. 수능 문항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로 출제됐다.

수능 이후 온라인에서 해당 지문이 2022년 9월 대형 입시업체 일타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와 한 문항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접수한 이의 신청 총 660여건 가운데 100여건이 23번 문항과 관련됐다. 수험생들은 문제를 미리 풀고 해설 강의까지 들은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시 평가원은 "영어 23번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지문의 출처가 동일하지만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다르다"며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신청이 아니기 때문에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해당 지문이 비슷한 시기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다가 최종본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항 거래와 관련한 사교육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수능과 1타강사 문제집, EBS 교재까지 같은 문항이 동시에 실리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평가원이 EBS감수본에서 해당 지문을 제외한 것은 수능에 나왔던 지문이란 것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BS 수능 교재 감수는 평가원이 담당한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일타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산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교육부는 해당 강사와 거래한 현직 교사 4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전일 교육부는 "해당 강사가 (2023년) 수능 영어 (23번) 의혹과 연관돼 있어 이 사안을 추가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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