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타사 절반인 저렴한 충전소 설치 비용 들어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품질 관리·유지 보수'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LG전자가 미국 전기차 충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충전 인프라 시장이 정부 보조금 등을 토대로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매티 파커(Mattie Parker) 미국 포트워스 시장과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LG전자 텍사스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LG전자] |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구축한 전기차 충전기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북미에 공장을 지은 건 국내 기업 중에는 SK에 이어 두 번째다. LG전자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충전기에 광고 등 솔루션을 더해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LG전자의 공장은 연면적 5500㎡ 규모로 연간 1만 대 이상의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우선 11kW 완속 충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해 올해 안에 급속 충전기(175kW)와 초급속 충전기(350kW)도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크게 완속(150㎾ 미만), 급속(150㎾ 이상), 초급속(350㎾ 이상)으로 나뉜다. 전기차를 80% 충전하기 위해 완속이 최대 10시간 걸린다면 급속은 2시간, 초급속은 30분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초 10만2000대 수준인 전기차 충전기를 2030년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산 철강을 쓰고, 부품의 55% 이상이 미국산이며,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한 전기차 충전기에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LG전자, SK시그넷 등이 미국에 전기차 충전기 공장을 짓고 생산을 시작한 것다.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 VS. [사진=SK시그넷] |
다만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테슬라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테슬라는 경쟁사 대비 절반 가까이 낮은 충전소 설치 가격으로 충전 인프라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충전기는 글로벌 표준인 CCS(결합 충전 시스템)가 아닌 자체적으로 만든 NACS(북미충전표준)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최근 미국에서 NACS 방식을 전기차 충전소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전기차 충전 기업인 SK시그넷도 기존의 CCS 방식이 아닌 NACS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연내 출시 할 계획이다. LG전자도 CCS, NACS 모두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 할 예정이다.
미국 내 시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SK시그넷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5.8% 감소한 880억원을 기록했다. 저조한 실적의 원인은 매출의 약 80% 이상을 차지했던 미국향 매출이 줄어들면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지연과 파워모듈 고장 문제와 NACS 이슈 등에 영향을 받았다.
SK시그넷 관계자는 "4~5년전 납품했던 모델에서 고장 이슈가 있어 품질 향상을 위한 비용 지출이 컸다"며 "올해엔 다양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고 품질 확보를 통해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관련 규제가 강화되거나, 보조금이 줄어드는 등 정치적 리스크(위험)도 있다"며 "앞으로는 낮은 설치 가격으로 좋은 기계를 공급하고 안정적인 운영과 유지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