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EBS 이사회가 노조의 사장퇴진운동이라는 극단적 쟁의 행위와 노사갈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노사 양측의 단체협약 복귀를 촉구했다.
이사회는 최근 불거진 EBS 노조와 사측의 임금·단체협상 교섭 중단으로 촉발된 경영진 사퇴 농성과 예산안 처리 지연에 처음으로 16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사회 측은 "EBS 노사가 장기간 극한 대치 하고 있다. 임단협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된 노사갈등이 쟁의행위 돌입으로 치달았으며 노사의 대화는 중단됐고 노조는 사장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EBS 이사회는 EBS 노사의 극한대치에 대해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며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EBS] |
특히 "노사갈등이 EBS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엄중한 단계"라며 "EBS는 노사갈등으로 훼손돼서는 안되는 우리 사회 공공의 귀중한 자산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노사갈등 격화는 노사 양측이 신뢰와 성실의 의무를 망각하고 아집과 불성실로 협상에 임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증진 등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또한 회사가 어려워지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심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노사 양측의 자세"라며 "EBS 이사회의 입장은 분명하다. 전사적으로 구조개혁과 임금 조정 등 경영혁신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조에게 임단협 결렬로 인한 쟁의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이사회는 "경영진은 자리를 걸고서라도 경영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EBS 이사회는 EBS 노사가 신뢰와 성실의 정신으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해 조기에 사태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BS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진은 사장퇴진 요구 등 격화되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비판하며 수차례 이사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후 극한으로 치닫는 노사 관계를 두고 이사회에서 사상 처음 입장문을 내며 양측의 갈등 조정에 나선 셈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유열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3.10.17 pangbin@newspim.com |
이날 발표한 이사회의 입장문은 여야 추천 모든 이사들이 합의한 의견으로 알려졌으며 구조개혁과 임금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에서는 앞서 두 차례 적자편성한 예산안을 부결하고 임금조정이 된 균형예산안을 올리라고도 의결했다. 결국 인건비 감축 등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사회는 오는 22일 균형 예산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앞서 설 연휴 직전인 8일 EBS 사측은 임단협 교섭 결렬 이후 사장퇴진을 촉구하는 노조에게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조에서는 김유열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임단협 교섭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사장이 임단협 협상의 사측 대표이자 단체협약 사측 체결권자임을 인정한다면 언제든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협상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또 다른 EBS 관계자에 따르면 균형예산안 상정을 통해 임단협 협의 사항을 포함, 적정한 선에서 예산이 먼저 처리된 후 노조와 협상에 나서는 방안이 추진될 수 있다. 앞서 1100억원 규모의 인건비 삭감을 단행한 KBS에서는 예산안을 먼저 의결하고, 노조와 협의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EBS 역시 비슷하게 해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향후 예산안 조정 내용에 따라 노조가 전향적으로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사측과 이사회가 한 목소리로 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만큼 노조 역시 궁지에 몰린 상황으로, 임단협 복귀와 예산안 의결을 위해 양측의 양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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