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사기 저하"
공공의료기관 7개소 산과·소아과 전문의 '0'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저출산과 거액의 배상 판결로 분만을 둘러싼 위험 요인이 커지는 가운데 관련 의료기관과 의사들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2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는 2020년 517곳에서 2022년 470곳으로 약 9%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2년(739곳)과 비교하면 36.4%(269곳) 줄었다.
[서울=뉴스핌] 최승주 인턴기자 =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병원의 산부인과에 시민들이 진료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건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이자,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조출생률(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은 모두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2023.02.23 seungjoochoi@newspim.com |
산부인과는 운영되지만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2022년 12월 기준 50곳에 달한다. 전국 공공의료기관 중 7개소도 전문의가 없어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못하고 있다.
관련 전문의도 감소하는 추세다.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20년 134명에서 2021년 124명, 2022년 102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분쟁 발생 시 형사‧민사 소송이 제기되면서 10억원 이상 발생하는 소송(배상)비용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일례로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해 5월 신생아 부모 등이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사 측이 부모 측에 12억5552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유도분만을 앞둔 임신부가 태동이 약하다고 증상을 말했지만, 의사가 바로 진료하지 않고 상태 관찰을 소홀히 해 신생아의 장애 발생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부인과학회는 이 판결에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내재한 위험성이 있어 산모나 태아의 사망 혹은 신생아 뇌성마비 등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태아의 이상을 발견한 즉시 의료인이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거액의 배상책임을 묻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분만 현장에서 밤낮으로 애쓰는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위축시키고 사기를 저하한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보상액을 높이는 등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실이 없는 분만 사고의 보상을 국가가 전액 책임지는 법안은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간 이 보상금의 70%를 국가가, 30%를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했는데 지난해 12월부터는 전액 국가가 책임을 지게 됐다. 정부는 또 산모 사망(3000만원), 신생아 사망(2000만원), 태아 사망(1500만원) 보상금도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일본이나 대만은 뇌성마비, 분만 중 산모 사망에 대해 국가가 배상을 책임지고 있다"며 "억대 배상 판결이 나오고, 우리나라의 분만 수가는 약 55만원으로 낮은 상황에서 현행 보상액과 수가 모두 부족하다. 보상액을 더 올리는 등 국가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산부인과 전공의가 100여 명 정도 나오는데 분만 관련 길을 택하는 이들은 5~10명으로 적다"며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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