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면서 청구가 기각될지, 아니면 위헌 판결로 이어질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가 접수되면 30일 이내에 본안 심리 여부가 결정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 산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올해 1월 27일부터 적용됐다.
1일 중기중앙회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올해부터 법 적용을 받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헌법소원 심판의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등 관계자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4.04.01 choipix16@newspim.com |
중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법 유예안은 끝내 상정되지 않았다. 그간 여의도 국회, 수원, 광주, 부산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법 유예를 촉구하고 또 22대 국회를 대비해 여야당을 찾아 법 개정 요구도 해왔다.
이번 청구가 본격적으로 심리될지, 또 업계가 원하는 위헌이라는 결론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은 실제 지난해 11월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위헌법률 심판신청을 한 차례 기각한 데 힘을 싣는다. 법원은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 등에 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죄형법정주의 측면에서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중대재해처벌 일부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돼 있어 문제의 소지는 있어 보이지만 헌재에서 다수 의견으로 이 원칙을 위헌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법이 적용돼 기소된 모 기업 대표에 대해 지난해 11월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법원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했다.
앞서 이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의무와 처벌 등에 관한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위험요인을 통제하는 수단과 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이를 정하는 것이 개별 기업 특수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 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법원은 더불어 "과잉금지원칙은 법률 조항이 경영 책임자등이 의무를 고의로 위반해 발생한 중대재해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 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위헌 가능성을 높게 보는 낙관적 전망은 사업자와 산업재해간의 인과 관계가 불명확하고 사업장 경영자의 고의·과실과 처벌간의 관계도 특정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것을 근거로 했다. 한마디로 안전사고와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사업주에게 과도한 처벌을 내린다는 주장이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함"이라며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은 반드시 위헌결정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아울러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중기업계는 이번 이번 청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22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중대재해법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개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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