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수율 인하 경쟁 완화책 도입 '감감무소식'
중소형사, 자금 여력 부족에 수수료 인하 '언감생심'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운용 보수 인하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소형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체투자 등 상장지수펀드(ETF) 외 분야 실적이 견실한 대형사와 달리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가격 경쟁에 밀리는 걸 알면서도 보수율을 낮출 수 없는 처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0일부터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했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5.14 stpoemseok@newspim.com |
이는 삼성자산운용과의 가격 경쟁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19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나스닥100TR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KODEX 미국S&P500TR 등의 총 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낮췄다. 당시 0.0099%의 보수율은 업계 최저 수준이었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에셋이 삼성운용의 '업계 최저 운용 보수' 타이틀을 빼앗은 것이다.
반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자산운용사(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신한자산운용·키움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 전부 보수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자금 여력이 대형사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1·2위에 국한된 비용 경쟁이 심해지자 중소형사들의 불만도 덩달아 커졌다.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는 걸 알면서도 보수 인하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중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ETF 상품의 유망성 때문에 수익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다"며 "지금 수준에서 보수를 더 낮추게 되면 버티지 못하는 운용사도 속출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삼성과 미래의 보수 인하 폭이 비정상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를 운용할 때 수탁비용과 사무관리 비용 등을 고려한 상식적인 업계 표준이 있다"며 "그런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쟁은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ETF 외 수익이 뒷받침돼 있어서 보수율 0%를 해도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무리한 가격 경쟁에 제동을 걸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고객 편익 증대를 이유로 ETF 내 보수 경쟁에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 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이야 보수율 인하가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 경쟁이 장기화한다면 결국 살아남는 회사는 삼성과 미래뿐"이라고 진단했다.
또 "수익 증대보다 고객 선택 자유권도 고객 편익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러한 과잉 경쟁에 대한 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