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4번 정을호 당선인 인터뷰
"정당·정치 개혁 관심...당의 정책 역량 강화해야"
'당선인 천막 농성'에 "개원 전까지 허니문 즐길 수 없어"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을을 위한 정을호'가 되고 싶다. 국민 대다수가 '을'이지 않나. 모든 '을'들을 대변할 순 없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대변하는 국민의 '을호'가 되겠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정 당선인은 참여연대 운영위원 출신으로 정당 생활은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생겼던 2007년부터 이어왔다. 22대 총선 직전까지 민주당에서 총무조정국장을 지냈으며 당대표비서실 국장, 전략기획국장 등도 역임했다.
이번 총선 때는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사무처 당직자 몫으로 비례대표 14번 후보가 돼 사실상 가장 마지막에 당선이 확정됐다.
정 당선인은 정당에 오랫동안 몸담은 만큼 정당·정치 개혁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특히 정쟁이 아닌 정책에 집중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선 정당법 제30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중앙당 100명, 시도당 100명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인원을 전국 17개 시도당으로 나누면 사실상 시도당 한 곳당 3~4명의 인력밖에 없는 셈이다. 지역 현안에 대해 정당 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또한 그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일군 연합정치도 22대 동안 그에게 놓인 숙제라고 했다. 정 당선인은 기본소득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과도 지속해서 연합하며 정권 교체를 위해 진보 세력의 힘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2024.05.13 mironj19@newspim.com |
다음은 정 당선인과 진행한 일문일답.
-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된 계기
▲ 정당과 국회의원실은 일종의 정치사관학교다. 기본적으로 정당에 있는 당직자, 국회 보좌진들은 국민과 함께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 정당에 올 때부터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도 활동하셨다
▲ 참여연대도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욕구가 많은 분들이 모인 곳이다. 2007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러 시도를 하셨지만 정치 환경상 계속 상황이 좋지 않았다. 민주, 진보 세력들이 힘들었던 시기였던 만큼 시민사회가 단합해서 국민께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운동이 있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일원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때 같이 정당으로 온 분들이 박홍근 전 원내대표,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 등이다.
- 관심 있는 어젠다가 있나
▲ 아무래도 정당 경험이 18년이다 보니 정당 개혁, 정치 개혁에 관심이 있다. 정당의 정책 역량을 강화해야 국민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간다. 구체적으로 현재 중앙당과 시도당에 인원이 100명씩 묶여있는 상황인데, 17개 시도당에 100명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분권, 지방 소멸 등의 위기에는 정당 차원의 대응이 잘 안된다. 시도당 인원을 늘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또한 이번에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연합 정당을 통해 당선된 만큼 향후 정권 교체까지 연합 정치를 이어가는 가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는
▲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풀어줄 수 있는 정무위원회에 신청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 중에 3개 기관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들이 최근 급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시민사회의 움직임 중 하나가 '홍길동 은행'이다. 당장 생계 위기를 겪는 서민들에게 증빙 서류 없이 사연만으로 긴급 민간공익기금으로 1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치인들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위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 등 세세한 부분들을 챙기고 싶다.
- 22대 초선 당선인들이 국회 개원 전부터 천막 농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시대 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그냥 있을 수 없는 거다. 민생도 어렵고 민주주의도 후퇴한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나. 해병대원 특검법과 관련해 오는 7월이면 대통령실 기록이 없어지는 상황 아닌가. 그만큼 긴박한 상황이고, 이번 총선 민의를 생각했을 때 당선자들이 개원 전까지 허니문 기간을 즐길 수가 없다. 천막 농성을 할 만큼 절실하다.
- 국회의장 선거는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 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기존 후보들이 사퇴하는 과정에서 '명심(明心)'이 추 당선인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데
▲ 누가 국회의장이 되든 민생 회복과 개혁이라는 총선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 저희 당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당은 당원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저뿐만 아니라 이 대표도 갖고 있다. '명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원들의 뜻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하다.
- 이재명 대표 연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저희의 선택이라기보다 당원들의 선택이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한 부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처럼 어느 정도 리더십이 검증된 분이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대표가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어떤 것을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어떤 것을 책임으로 보면 헌신'이라는 말이 있다. 당대표를 연임하는 게 자신의 무언가를 위해서 한다면 욕망이겠지만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서 하는 건 헌신이다. 선택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이 대표께서 결정할 것이다.
-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오는 게 옳다고 생각하나
▲ 다수당으로서 입법권을 지키기 위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 역할을 수행하려면 필요하다. 지금 민주당은 여당을 견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야당이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 자리를 사수해 대통령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 한 사람의 아픔이라도 치유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민주당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을지로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제도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발굴해서 제도나 예산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을을 위한 정을호'가 되고 싶다. 국민 대다수가 '을'이지 않나. 모든 '을'들을 대변할 순 없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대변하는 국민의 '을호'가 되겠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2024.05.13 mironj19@newspim.com |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