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낙태권·남부 국경 이슈가 쟁점
트럼프 "테러리스트에 국경 개방" vs. 바이든 "국경 검문 강화"
바이든, '고령 리스크' 질문에 삼성전자 투자 유치 언급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첫 TV토론에서 조 바이든(81)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당·공화당 후보로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CNN 주관 TV토론은 국제 정세보다는 미국인들이 이번 대선 최대 이슈로 꼽는 인플레이션, 낙태권, 남부 국경 불법 이민 문제 등에 집중됐다.
모두발언 없이 질문과 답변(Q&A) 형식으로 바로 진행된 총 90분간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의 정책을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밤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첫 번째 이슈는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취임했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에게 넘겨준 미국 경제는 자유낙하 상태였다"며 "경제는 붕괴한 상태였고 일자리도 없었으며 실업률이 대단히 높은 상태였다.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단히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취임하고 "신규 일자리 5만 개를 창출했고 수많은 제조업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아직도 휘발유 가격, 주택 가격 등 물가 문제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그 물가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업들의 탐욕으로 물가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부자 감세가 현재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의 재임 중 미국 경제는 역사상 가장 호황기를 누렸다"며 "미국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했고 덕분에 대공황을 피할 수 있었다. 우리 행정부는 경제 활성화, 국방력 강화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 규정을 통해 미국을 도탄으로 빠뜨렸고 바이든 행정부가 창출했다는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들의 일자리,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들"이라고 폄하했다.
미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철회해 부상한 낙태권 이슈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며 낙태 결정 여부는 임신 주기에 따라 의사가 결정할 사안이고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밤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법원에서 낙태약 복용을 승인한 것은 존중하며 낙태 허용은 각 주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낙태 보호 정책은 사실상 아이를 죽이는 일"이라고 맹공했다. 다만 근친상간, 산모 위험일 때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데에는 바이든과 생각이 같았다.
남부 국경 불법 이민자 문제에서도 두 후보는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가 넘어올 때 국경 검문을 강화하겠다"며 "이민자 중에 망명 신청자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문을 열어서 범죄인과 테러리스트들이 기록적인 규모로, 미국으로 들어왔다"며 자신의 행정부 때 남부 국경이 가장 안전했다고 강조했다.
국제 정세와 외교 정책 사안에서도 두 후보는 서로의 정책 헐뜯기에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이든을 얕잡아 보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에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보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트럼프가 푸틴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세계 독재국가 지도자들과 친하단 점을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덕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늘렸다고 자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야말로 나토를 탈퇴하려던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밤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방송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두 후보의 높은 연령도 토론 주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때 나이가 86세인데 대통령직 수행이 가능하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내 성과들을 봐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굉장히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나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컴퓨터 반도체는 우리가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점유율을 많이 잃었다"며 "그래서 내가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에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도록 설득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매년 신체검사를 받는다. 매우 건강하다"며 "골프 회원권도 2개 갖고 있다. 웬만큼 똑똑하지 않으면 골프도 못 한다. 바이든이 (공을) 50야드나 칠 수 있겠냐"고 조롱했다.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정한 조세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4만 달러 이하 소득자들에게 증세가 전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10% 보편적 관세 공약은 미국인들을 (인플레이션으로)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수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유입됐다"며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전 세계로부터 미국은 비웃음거리가 됐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막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 바이든은 세계 어떤 지도자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