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고의 증명 안돼"…뺑소니 혐의는 무죄
"유족과 합의…피해자 의사와 동일시할 수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약물에 취해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20대 운전자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 김지선 소병진 부장판사)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29)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뇌사상태에 빠뜨린 신모씨.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피고인이 도주의 고의로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1심과 달리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 직후 피고인이 3분 정도 현장을 벗어나긴 했으나 약 기운에 취해 휴대전화가 차 안에 있다는 걸 잊고 찾으러 간 것으로 보이고 곧바로 현장에 돌아와 사고를 인정했다"며 "피고인의 현장 이탈로 피해자 구호조치가 지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20대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고 피고인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약 기운에 취해 사고를 내 고의범에 준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구조에 힘쓰기보다 휴대전화만 찾으려 했고 의사에게 허위진술을,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부탁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유족과 합의한 사실은 분명히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피해자는 처벌 의사를 밝히지 못한 채 사망했고 유족의 의사를 피해자의 의사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1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사건 발생 직전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에서 슈링크 시술(피부탄력개선)을 빙자해 수면마취제로 불리는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1심은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다"며 신씨에게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한편 신씨는 소위 '병원 쇼핑'의 방법으로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를 상습 투약한 혐의로도 기소돼 다음달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신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