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동안 병원찾아 헤메다 11km 떨어진 구로 병원으로 이송
尹 사고 다음날 "비상 응급 체계 원활히 가동"
야권 "의료 현장 가보시고 말씀해 달라"
의료계, '응급실 대란' 우려 높아
[서울=뉴스핌] 박성준, 신수용 기자 = 용산 대통령실 인근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 현장에서 추락한 60대 노동자가 1시간 넘는 '응급실 뺑뺑이' 끝에 사망했다.
윤석열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200일가량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 다음 날 윤 대통령은 비상 응급 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발언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종현 미술기자 (cartoooon@newspim.com) |
◆ 서울 도심서 사고...여러 곳 찾다 약 11km 거리 병원서 사망
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옆 국방홍보원 신축 공사 현장에서 가설 펜스 안전망을 설치 중이던 A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5분쯤 약 4m 높이에서 떨어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사고가 난 곳은 대통령실 건물과도 인접해 있다. <관련기사: [단독] 용산 국방부 홍보원 공사장서 60대 노동자 4m 높이 추락 '중상'>
당시 119구급대가 '중증 외상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8시 41분쯤이다. 119구급대는 A씨를 구급차에 태우고 인근 병원으로 출발했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이다. 차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구급대는 순천향대병원으로 출발했지만 A씨는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의료대란'의 여파로 가장 가까운 병원에 이송되지 못한 것이다.
통상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사고 발생 후 1시간 이내로 본다. 당시 사고 현장엔 2.5~7.2km 거리에 대형 병원 응급실이 9곳 이상 있었다.
구급대는 이송 중 인근에 있는 병원에 끊임없이 전화했다. 결국 약 11km 거리에 있는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이하 고대구로병원)에 사고 발생 약 1시간 12분 만에 도착했다.
A씨는 이들 병원 중 사고 지점에서 가장 먼 고대구로병원에 이송된 것이다. A씨는 9시 37분쯤 도착해 이날 오후 12시 11분쯤 뇌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응급구조사 김모 씨는 "(환자를 데리고) 병원에 못 가는 경우가 (의정갈등이 시작된) 2월부터 크게 늘었다"며 "이송이 늦어질수록 환자 보호자들의 항의도 거세고 (지친) 응급실 의료진들에 원성도 듣는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 중증외상환자 치료 40~50명 필요...의정갈등으로 일손 부족
응급차 이미지. [서울=뉴스핌DB] |
윤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인 29일 국정브리핑에서 "현장에 가보시라. 비상 응급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어느 나라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느냐"며 "윤 대통령께서는 제발 좀 의료 현장을 가보시고 말씀하시라. 도대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뭐냐"고 비판했다.
A씨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건설 현장엔 작업 소리가 멈췄다. A씨와 같은 팀으로 일했던 동료들은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며 현장을 떠났다. A씨 사고로 작업이 중단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료들은 '옆구리 같은 곳을 다쳤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동료 노동자 B씨는 "발을 헛디뎠는지 모르겠는데 바로 병원에 실려 갔으니 잘 치료받겠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돌아오지 못했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장은 "응급실 대란 상황이 우려된다"며 "응급실 운영만 볼 게 아니라,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통 중증 외상 환자 치료를 위해선 의사와 간호사 등 40-50명 규모의 인원이 필요하다.
그는 "중증 외상 환자들 치료를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 있는 의사들의 협진이 필요한데 의정갈등 여파로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응급구조사가) 미리 연락하고 병원에 가도 환자를 의료진이 진단하는 과정에서 해당 과의 인력이 부족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