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강의 책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는 대형 3사 서점에서 100만부(e북 포함)가 팔렸다. 출판계가 노벨문학상으로 호황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강 열풍'이 출판계를 넘어 K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악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한강으로 차트 역주행
한강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역대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이다.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한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대중음악계로 향했다. 싱어송라이터로 과거 음반을 낸 한강과 연관된 K팝이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2019년 발매된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언급한 후 음원이 역주행하고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한강 작가는 지난 2021년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그려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당시 출판사 문학동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언급했다. 한 작가는 "초고를 다 쓰고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라는 걸 알고 있어서 듣는데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한강 작가는 악뮤의 노래 중 '어떻게 내가/어떻게 너를/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다 마를 때 까지/기다리는 게/이별일 텐데'라는 가사를 언급했다. 이러한 영상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재조명되자,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과 지니의 실시간 차트에서는 '한강', '악뮤', '어떻게 널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의 검색어가 뜨기 시작했다.
악뮤의 해당 곡은 2019년 발매된 곡으로, 벌써 공개된지 5년이 지났지만 한강의 언급으로 인해 차트에서 다시 역주행하고 있다. 멜론 차트 TOP100에서는 3계단 상승한 9위(15일 오후 2시 기준)을 차지했다. 또 일간 차트에서는 6계단 상승한 10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를 볼 수 있는 주간차트(10월 7일~13일)에서는 15계단 상승한 26위에 오르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멜론의 인기 키워드(14일 기준)에는 악뮤가 5계단 상승한 5위에 랭크됐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외에도 지니뮤직의 실시간 차트에서는 악뮤의 노래가 12위에, 일간 차트에서는 6계단 상승한 16위, 10월 첫 째주 주간차트(10월 7일~13일 집계 기준)에서는 18계단 상승한 47위에 랭크되며 '한강 열풍'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 한강 저서, 판매량 100만부 목전…"문학·문화 전반으로 관심 이어져야 할 때"
노벨문학상 수상 후 각 서점에서는 한강의 책을 구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강의 책 중에서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으며, 한강의 주요 베스트셀러를 보유한 창비와 문학동네는 물량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비는 종별로 10만부 이상을 발주했으며, 문학동네는 앞서 '작별하지 않는다' 15부, '흰'은 3만부를 발주했다. 특히 문학동네의 경우 주문이 쇄도하자 '작별하지 않는다'는 10만부, '흰'은 2만부를 추가로 발주했다.
또 15일 오후 1시부터 3시 기준으로 예스24에서는 한강 작가 도서 판매량이 40만부, 교보문고 36만부, 알라딘 23만부가 판매됐다. 이에 따라 대형 3사 서점을 기준으로 한 종이책 판매 부수는 99만부에 달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인 10일부터 15일까지, 총 6일 동안 무려 99만부가 팔린 만큼, 출판계에서는 오늘 늦은 밤이나 내일 오전 중으로 100만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특집 매대에서 시민들이 한 작가의 대표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10.11 choipix16@newspim.com |
예스24의 경우 국내도서 베스트셀러 1~5위(15일 오후 5시 기준)에는 모두 한강의 책이 랭크됐다. 1위는 '소년이 온다'를 시작으로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뒤를 이었다. 또 6위부터 8위 역시 한강의 '희랍어 시간', '디 에센셜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였고, 9위를 제외하고 10위 역시 한강의 '여수의 사랑'이 이름을 올렸다.
예스24의 인기검색어 역시 1위는 한강, 2위는 '채식주의자', 4위 '소년이 온다', 7위 '작별하지 않는다', 8위 한강 세트, 10위 '소년이 온다'로 총 10개의 검색어 중 무려 6개를 한강이 차지했다. 교보문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보문고의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위는 '소년이 온다', 2위 '채식주의자', 3위 '작별하지 않는다', 4위 '흰', 5위 '채식주의자(개정판, eBook), 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7위 '희랍어 시간', 8위 '소년이 온다(eBook)', 9위 '디 에센셜: 한강(무선 보급판)', 10위 '작별하지 않는다(eBook)'으로 줄세우기를 했다. 또 국내도서 베스트애도 1위부터 8위가 모두 한강의 책들로 채워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3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서울 종로구 한강 작가의 자택 앞에 축하 화환이 놓여져 있다. 2024.10.13 leehs@newspim.com |
이처럼 문학계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계 부흥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심과 이슈가 수상으로 인한 반짝 효과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뉴스핌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인 최초이자, 정말 유일무이한 일이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당분간 이러한 열풍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한강 열풍이 문학계를 이어 K팝쪽에도 이어졌는데, 한강의 관심사가 대중에게도 쏠려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현상이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인한 반짝 이슈가 될까 우려되는 지점은 있다"라며 "또한 각 서점에 베스트셀러를 보면 톱10 목록이 모두 한강의 책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한 작가에게만 시선이 쏠리는 것보다, 이러한 관심이 한강 작가뿐 아니라 문학, 문화 전반에 이어져야 문학계와 문화계도 오래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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