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해외문학상에서 한국 작가들 맹활약
디아스포라 작가들, 해외문학상 수상도 눈길
한강의 수상, 노벨문학상 트라우마 극복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가수이자 DJ인 배철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월드컵 우승뿐"이라고 썼다. 그만큼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에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꿈이었다. 이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기적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강이 2016년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부커상(당시엔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언젠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라는 평가가 있었다.
세계 문학 속에서 한국문학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미 많은 작가들이 해외문학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왔다.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도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로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가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2년에는 정보라 작가의 공포 소설집 '저주토끼'가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언제든지 상을 탈 수 있는 후보라는 건 입증이 된 셈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수상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 = 예스24 제공] 2024.10.15 oks34@newspim.com |
◆ 번역의 성과 반영된 해외문학상 잇달아
더 이상 한국문학이 변방의 문학이 아닌 세계 속의 문학이 된 데에는 번역의 힘이 컸다. 2000년대 이후 100건이 넘는 문학작품과 문학인이 국제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중 32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에는 시인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시부분을 수상했다. 또 다른 시집 '죽음의 자서전'은 2019년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분과 미국 루시엔스트릭 번역상을 받았다. 이러한 영향으로 김시인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됐다. 또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일본 서점대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도 지난해 메디치상 수상에 이어 올해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서울 종로구 한강 작가의 자택 앞에 놓인 축하 화분. 사진 = 본사 사진] 2024.10.15 oks34@newspim.com |
대표적인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일본 번역대상과 독일 독립출판사 문학상, 독일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은 2022년 중국 성운상을,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은 2021년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에서 수상했다. 편혜영 작가의 '홀'은 2018년 셜리 잭슨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가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 디아스포라 문학 구사 한국계 작가도 주목
선굵은 그림으로 정평이 난 김금숙 작가 역시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만화 '풀'이 프랑스 휴머니티 만화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2019년)을, 미국 하비상(2020년)과 뮤리엘 만화상 최우수 번역 부분(2020년)에서도 수상했다. 그림책 작가 백희나도 2020년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계 작가 이민진이 쓴 소설 '파친코'가 애플TV+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 = 애플TV+ 제공] 2024.10.15 oks34@newspim.com |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다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할약도 눈부시다. 이민진은 재일조선인 4대의 파란만장한 연대기인 '파친코'로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이 소설은 애플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 다른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날, 데뷔작인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 한강 수상, 노벨문학상 트라우마 사라져
문학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해외문학계를 휩쓴 한국문학의 힘을 복기하면서 앞으로도 '포스트 한강'이 잇따라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은 "한강이라는 이름이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문학은 세계 혹은 노벨이라는 큰 강을 건넜다"며 "한강의 수상으로 인해 노벨상에 대한 트라우마는 사라지고 한국문학은 세계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인류애적 지평을 활짝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 나는 소설이 잘 팔리던 시대에도 이런 작품을 쓰지 못했는데, 한강은 10명 중 9명이 책을 안 읽는 시대에도 이런 좋은 작품들을 써냈다. 그의 끈질긴 힘이 느껴진다. 앞으로 노벨문학상 바람이 불어 우리 문학이 살아나고, 독서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썼다. 문학평론가 김명인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한강은 1970년 생으로 당대 주류 한국소설의 리더, 맏언니의 자리에 있다"면서 "노벨문학상 위원회는, 우연인지 모르나, 한강의 이러한 문학적 위상을 귀산같이 알아채서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고 썼다. 한강, 그 이후가 기대되는 이유다.
oks34@newspim.com